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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대안 저널리즘 특강.
  • 좋은 기사의 조건.
성공회대 대안 저널리즘 특강.

접속하는 순간 시작되는 심리적 분단 : 에브리타임, 소통의 광장인가 갈등의 격리소인가?

Posted on 2026년 06월 08일2026년 06월 09일

– 성공회대를 비롯한 대학가 ‘에타’ 실태 조사… 익명성 뒤에 숨은 혐오, 오프라인 캠퍼스 공동체까지 파괴해 – 전문가 “도덕적 캠페인 아닌, 자율적 제도 설계와 우회적 규율 시급”

대한민국 대학생이라면 ‘에브리타임’ 이라는 앱을 알고 있을 것이다. 청년들의 자유로운 소통과 정보 공유의 장으로 출발한 이 앱이 최근 ‘합법적 혐오의 요새’로 변질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플랫폼이 역설적으로 소통을 가로막고, 학생들 사이에 벽을 세우는 양날의 검이 된 원인은 무엇일까. 성공회대 에타를 중심으로 전국 대학의 에타 실태를 조사해 보았다.

온라인의 배설, 오프라인 캠퍼스를 집어삼키다

직접 타대학 에타 10개의 에타를 조사했을 때, 본교와 마찬가지로 욕설과 비판, 차별이 일어나고 있었다. 익명이라는 가면 뒤로, 혐오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공론장이었다. 또한 에타 내의 익명성 뒤에 숨은 특정 학과 비하, 성별 갈등 조장, 공격적 언행은 더 이상 온라인상의 가상 현실로만 끝나지 않는다. 이러한 부정적인 기류는 실제 오프라인 현장으로 뿜어져 나와 캠퍼스 분위기를 망치고 학생들 간의 관계에 실질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에브리타임 HOT 게시글 주제 분포 실태 

  • 혐오 및 비방, 마녀사냥: 60%
  • 단순 정보 공유 (강의, 학사): 20%
  • 기타 (일상, 중고거래 등): 20% 

※ 전국 주요 대학 및 본교 HOT 게시물을 무작위 추출하여 분류한 결과, 자극적인 혐오·비방 글이 압도적인 주목을 받았다. 

전국 대학 에타는 지금 ‘무법지대’… 

타 대학 10곳의 에타를 무작위로 접속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대학 내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혐오를 익명의 공간을 이용해 말 그대로 배설하는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 경희대 : 축제 행사 라인업을 두고 “왜 남자 아이돌을 부르지 않냐, 총학은 성비를 맞춰라”라는 여성 학우들의 주장에 “여자 아이돌이 수요와 인기가 더 많다”며 남성 학우들이 맞서며 축제 기간 내내 소모적인 성별 싸움이 극에 달했다.
  • 성결대 / 한서대: 대학의 서열을 나누는 ‘입결 논란’으로 서로를 비하하는가 하면, 셔틀버스 안에서 옆자리에 짐을 놓아 탑승을 방해한다는 등 사소한 일상 문제마저 익명의 비난 글로 박제해 마녀사냥을 일삼았다.
  • 백석예대 / 조선대 / 건국대: 학생회의 학생회비 사용 내역 비공개 의혹이나 축제 관리 미흡 등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합리적인 비판을 넘어 학생회 임원 개인을 향한 무분별한 신상 털기와 저주에 가까운 비방이 널려있었다.
  • 국립순천대 / 공주대: 기숙사 신·구관 거주자 간의 사소한 환경 비교부터 유학생들을 향한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성 발언, 교내 흡연자에 대한 특정 인물 비방이 주기적으로 업로드됐다.

“경찰까지 출동했다”… 인천대 G군의 생생한 증언

실제 오프라인 현장의 붕괴를 직접 목격했다는 인천대학교 재학생 G군(24)은 인터뷰에서 충격적인 일화를 털어놓았다.

“평소 대학 내에서는 갈등이 보이지 않는데, 에타에서는 많은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얼마 전 한 학우가 이성 문제로 에타에서 무차별 저격을 당했어요. 근데 그 당사자는 자기가 언급되는 걸 오히려 인기라고 생각했는지 인스타 아이디를 뿌리며 기행을 펼쳤죠.

문제는 그 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더니 ‘실제 학교 기숙사 앞에서 만나서 한판 붙자’는 식의 현실 싸움으로 이어졌다는 점이에요. 결국 당일 날 밤, 만약의 사태와 안전 문제 때문에 총학생회 간부들과 경찰들이 기숙사 앞까지 출동해 대기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 뒤로 저는 에타를 지워버렸어요.”

왜 우리는 익명 앞에서 괴물이 되는가?

이처럼 평범한 대학생들이 에타라는 공간에서 유독 타인을 향한 공격성을 쉽게 부추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김해영 센터장은 이를 심리학적 개념인 ‘온라인 탈억제 효과(Online Disinhibition Effect)’로 설명한다.

“상대방의 표정이나 즉각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없는 온라인 환경에서는 발언에 따르는 사회적 책임감이 현저히 약해집니다. 발언의 감각적 무게가 줄어들면서, 현실이라면 자제했을 공격적 표현을 쉽게 사용하는 것이죠.

특히 익명 환경에서는 본인을 집단의 대표가 아닌 철저한 개인으로 느끼는데, 이 고립감은 역설적으로 집단적 공격 행동에 가담하는 심리적 문턱을 낮춥니다. ‘내가 특정되지 않는다’는 안도감이 평소라면 하지 않을 발언을 개진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김 센터장은 에브리타임과 같이 비슷한 연령대가 반복적으로 접속하는 폐쇄적 커뮤니티는 이 효과가 더욱 증폭되는 구조적 특성을 지닌다고 덧붙였다. 조롱과 냉소는 공감과 관심을 끌기 쉽고, 이는 다시 유사한 표현을 강화하는 ‘피드백 루프(감정 전염)’를 형성한다는 지적이다.

법적 규제의 한계, 그리고 새로운 ‘제도 설계’라는 대안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조는 건전하고 안전한 정보통신 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에서도 익명 커뮤니티의 개인정보 침해 및 명예훼손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착하게 쓰자”와 같은 도덕적 캠페인이나 무조건적인 법적 규제는 결코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해결을 위한 현실적 대안: ‘우회적 규율과 자율심의’

김해영 센터장은 규제냐 자유냐의 흑백논리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제도 설계’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익명성을 완전히 없애지 않으면서도, 같은 글에 반복적으로 댓글을 달면 동일인임을 나타내는 표시(익명1, 익명1)를 도입하거나, 이용자들이 직접 신고하고 내부 규정을 조율할 수 있는 구조를 두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사후에 글을 삭제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의견이 살아남을 수 있는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조롱이 반복되면 선량한 이용자들이 먼저 이탈하게 되고, 커뮤니티는 결국 혐오만 남는 단조로운 공간으로 좁아지게 됩니다.”

얼굴 없는 말들이 무너뜨린 지성

취재 과정에서 목격한 수많은 혐오 게시글은 ‘인기’라는 이름으로 당당히 박제되어 있었다. 우리는 “에타는 원래 그런 곳이니까”라며 이 비정상적인 풍경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에타는 단순한 익명 게시판이 아니라, 실제 우리의 캠퍼스 공동체와 끈처럼 연결된 공간이다. 혐오가 가장 빠르게 확산되는 이 구조 속에서 우리가 재미삼아 소비하는 ‘HOT 게시글’은 사실 우리 대학의 지성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부메랑이다. 편리함의 베일이 지성의 상실을 합리화할 수 없다. 얼굴 없는 말들이 우리의 대학 문화를 파편화하고 있는 지금, 이 위험한 변화를 인지하고 우리 모두가 스스로 ‘같이 쓰는 공간’이라는 감각을 회복하는 것부터가 시작되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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