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미나로 생성된 이미지 ⓒ [ Gemini 3.5 Flash] [2026]
30만 원을 송금했다. 판매자는 사라졌다. 플랫폼은 말했다. “당사자끼리 해결하세요.”
아이패드를 싸게 판다는 판매자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 안전결제를 쓰자고 하자 판매자는 말했다. “수수료가 아깝지 않아요? 그냥 계좌로 보내주시면 돼요.” 구매자가 30만 원을 송금하고, 바로 판매자는 잠수를 탔다.
또 다른 피해자는 안전결제를 제안했더니 판매자가 “지금 다른 사람에게 연락이 왔다.”라며 계속 계좌 송금을 유도했다. 결국 피해자는 돈을 보냈고, 그 이후로 연락이 끊겼다.
세 번째 사례는 더 치밀했다. 안전결제를 하겠다고 하자, 전화기 너머로 갑자기 아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판매자는 “애가 밥을 안 먹어서 혼내는 중”이라며 이야기하고, 내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기 위해 “아이가 아파서 빨리 물건을 팔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피해자는 그 말에 넘어가 70만 원을 송금했고, 이후 연락이 끊겼다. 나중에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판매자의 아이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전화기 너머의 울음소리는 녹음기로 틀어놓은 것이었다.
수법은 다르지만, 결과는 같았다. 안전결제를 피하게 만들고, 돈을 받은 뒤 사라지는 행위. 중고 거래 사기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그리고 이 패턴은 기출변형 문제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반복되고 있다.
사기는 18배 늘었다. 안전결제는 그대로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직거래 사기 피해액은 2014년 202억 원에서 2021년 3,606억 원으로 7년 새 18배 폭증했다. 현재 인터넷 사기 전체에서 중고 거래 관련 사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넘는다.
플랫폼들은 안전결제를 해결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구매자가 대금을 플랫폼에 맡기면, 거래가 완료된 뒤 판매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론상 시스템만 잘 작동한다면 사기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그런데 안전결제가 도입된 이후에도, 사기 건수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 안전결제는 해결책이 아니라 하나의 방어 수단에 불과했다.
번개장터의 선택? 강제화, 그리고 수수료 인상
번개장터는 당근과 달리 동네 기반의 거래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대부분 번개페이를 통한 택배 거래가 활성화되어 있다. 번개장터는 올해 개인 계좌 직접 송금을 전면 차단하고 자사 안전결제 서비스인 ‘번개페이’ 사용을 의무화했다. 표면적으로는 사기 방지 조치처럼 보인다. 그런데 같은 시기, ‘번개장터’는 안전결제 수수료를 기존 1.5%에서 3.5%로 두 배 이상 올렸다.
결과는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수수료 부담을 피하려는 이용자들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네이버 카페,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 바깥으로 거래를 옮기기 시작했다. 플랫폼의 감시가 닿지 않는 곳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면서, 사기 피해는 오히려 추적조차 어려운 영역으로 번져가고 있다. 사기를 막는 조치가 사기를 더 음지로 몰아넣고 있는 셈이다.
안전결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사기, 플랫폼의 새로운 대응 방안은?
그렇다면 플랫폼은 안전결제 외에 어떤 대안을 준비하고 있을까? 기자는 이 질문을 들고 당근과 번개장터에 직접 찾아갔다.
당근은 담당자나 실무자를 직접 대면은 어렵다고 했다. 지속적으로 고객센터에 연락하여 물어본 결과, 이메일과 당근 앱 내의 고객센터 문의하기를 통해서 회신을 받았다. 답변 내용은 길었지만, 핵심 질문에 대한 답은 없었다. 정지 계정의 재가입 방지 수단으로 “사기 관련 제재 계정은 부정이용기록을 보관하기에 동일 정보로 재가입 및 활동이 확인되는 즉시 서비스 이용 제한을 하고 있다.” 라고 했다. 또한 타 플랫폼 간 사기 계정 정보 공유 여부에 대해서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는 절대 이용자 동의 없이 제3자와 공유하지 않고 있다” 라고 했다.
이후 사기 신고 후 계정 정지까지 걸리는 시간, AI 사기 감지 시스템의 실효성 등 모든 핵심 항목에 대해 당근 측은 같은 말을 반복했다.
“내부 운영 기준에 해당하여 정확한 내용은 안내가 어렵습니다.”
피해자 환불과 보상에 대한 플랫폼 개입 여부에 대해 “기본적으로 당사자끼리 대화를 통해 해결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하며, 플랫폼 최초로 설립된 당근분쟁조정센터의 결정도 “법적 효력이나 강제성이 없다”라고 스스로 인정했다.
번개장터는 방문 당시 명함만 주며 “이메일로 보내주시면 연락드리겠다”고 했다.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안전결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거래 사기에 대해 플랫폼이 적극적인 대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신호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수수료는 올렸고, 책임은 내려놨다.
안전결제는 근본적인 사기 행위를 막아주지 않는다. 기본적인 방어 수단일 뿐이다. 문제는 플랫폼이 그 방어 수단의 이용 비용을 높이는 동시에, 그 이상의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직거래 사기 피해가 7년 새 18배 뛰는 동안, 플랫폼의 대답은 달라지지 않았다. 수수료는 올랐고, 책임의 언어는 여전히 “당사자끼리 해결이 원칙”에 머물러 있다.
이상보다, 현실적인 해법.
구매자가 ‘리스크’를 짊어질 수 밖에 없고, 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까지 안전결제로 분류되는 방식들도 중고 거래 사기 피해를 전부 막아주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구매자의 피로도가 올라가겠지만, 현실적으로 구매자가 조심하는 방법 밖에 없다.
*판매자의 지금까지의 거래 이력을 확인하자. 약 2년 전, 오래된 거래 내역이 있다면 약간의 안심을 느낄 수 있다.
*무조건 앱 내에서 안전결제를 하자. 외부 링크 주소로 유도할 시 사기일 확률이 매우 높다.
*판매자 전화번호를 받은 경우에 카카오톡 프로필을 등록 후, 판매자 프로필을 누르고, ‘₩’를 클릭해보자. 이후 판매자가 알려준 계좌와 카카오톡 돈 보내기의 명의를 확인하면 된다.
*판매자 계좌나 닉네임, 이름 등을 검색해보자. 이때 판매자 계좌로 송금할 때 ‘더치트’에 계좌 번호를 검색하여 확인하자. 초범이 아니라면 반드시 사기 이력이 인터넷 공간 어딘가에 남아있다.
*계좌 송금 밖에 없다면 ‘토스 안심보상제’를 활용하자. 토스 앱을 통해 송금하여 금융 피해를 당하면, 토스 자체 보상 제도를 쓸 수 있다. “최초 1회에 한해 최대 50만원까지 보상해준다.”방법은 토스 앱 실행->오른쪽 아래 ‘전체’->상단 돋보기 누르고 ‘안심보상제’를 검색->‘중고거래 사기 신고’ 메뉴를 선택하여 피해 내용을 구체적으로 작성하여 접수.
*안전결제를 이용하자. 상대가 악용할 우려가 있고, 수수료가 아쉽긴 하다. 불안해 하며 ‘선 계좌 이체’ 를 하기보다 안전결제가 나을 수 있다. 또는 직거래만 하는 방법 뿐이다.
‘언제까지 구매자가 리스크와 불안감을 짊어지나?’
결론적으로 현재, 구매자가 스스로 따져보고, 조심하는 방법 밖에 없다. 사기를 당한 후 구제를 받으려 할 때, 국가에서 만든 전자문서·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 제도나 중고 거래 플랫폼의 자체 분쟁조정센터는 C2C 시장 환경에서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플랫폼이 안전 결제 의무화를 하는 등 결제 시스템을 통제하며 거래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음에도, 법적 책임 앞에서는 유독 작아진다.
정부가 운영하는 ‘전자문서·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의 보고서와 자료들을 살펴봤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해당 위원회 자료 중 ‘거래 형태별 분쟁 조정 신청현황’ 으로 “개인 간 거래(C2C) 분쟁은 2021년 80.9%, 22년 76.4%, 23년 77.2%, 24년 72.6%, 25년에는 62.4%로 비중이 줄었으나, 여전히 B2C, B2B를 포함하여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 중이다.”
정부와 법 조차 이 거대한 시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전체 전자상거래 분쟁 중 당근마켓 등 플랫폼을 통한 개인 간 거래(C2C)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2018년 649건에서 2022년 4,200건으로 불과 4년 만에 폭발적으로 급증했다. 이는 전체 전자상거래 분쟁조정 건수의 무려 76.4%에 달하는 수치다. 사기를 치거나 계약을 어겨도 제재하기 어려운 구조적 허점을 노린 위법 행위가 시장의 성장세에 기생해 판을 치고 있다는 증거다.
소비자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비정하다. 2022년 기준, C2C 플랫폼에서 발생한 주요 분쟁 유형은 돈을 먼저 받고 실제 상품과 다른 것을 보내는 등의 ‘계약불이행’(39.5%)과 물품의 상태가 설명과 다른 ‘재화 하자’(34.6%)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10만 원에서 50만 원 미만의 소액 거래가 80% 이상을 차지하다 보니, 피해를 당하더라도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는 법적 구제 절차를 포기하는 이들이 태반이다. 실제로 분쟁을 경험한 이용자의 69.1%는 ‘별다른 조치 없이 참고 지나갔다’라고 답했다. 악의적인 사기 범죄 피해를 입은 경우에도 60.0%는 ‘전혀 배상받지 못했다’라는 조사 결과가 중고 거래 피해의 현실을 보여준다.
‘통신판매중개자’라는 가면과 규율의 공백
이처럼 피해자가 속출하고 분쟁이 폭증하는 상황에서도 플랫폼이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현행 전자상거래법의 한계 때문이다. 현행법상 중고거래 플랫폼들은 단순히 가상의 영업장만 빌려주는 ‘통신판매중개자’로 분류되어 있다.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반 문제의 책임을 전적으로 개인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떠넘길 수 있는 면책 특권을 누리고 있다.
보고서는 이 현상을 플랫폼의 심각한 ‘규율 공백’이라고 정조준한다. 중고거래 플랫폼들은 이용자 트래픽을 바탕으로 막대한 광고 수익과 수수료를 올리며 양면 시장의 가치를 독식하고 있다. 사기 피해에 대해 사후 분쟁 해결이나 전문판매자의 위장 거래 차단 등 최소한의 신뢰 메커니즘을 마련하고 있다. 책임과 의무에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모순을 보인다. 피해나 사기가 발생하면 “우리는 단순 중개자. 당사자끼리 해결이 원칙.”이라는 가면 뒤로 숨어버리는 셈이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직거래 사기 피해액이 7년 새 18배 폭증하는 동안 플랫폼의 대답은 달라지지 않았다. 플랫폼이 “당사자끼리 해결하라”는 무책임한 언어를 반복하며 위험의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한, 30만 원을 송금하고 연락이 끊긴 피해자의 절망 역시 ‘기출변형 문제’처럼 매일 반복될 것이다. 플랫폼이 그들이 거둬들이는 이윤만큼의 책임의 무게를 전면 강제할 EU 디지털서비스법(DSA)과 같은 법제화가 이제는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