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휴식권에 대하여-

“폭염휴식권, 쉬면 돈이 나오나요?”
2026년, 한여름을 앞두고. 노동자들은 어김없이 일할 생각이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올여름 ‘역대급 폭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는 북극 해빙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감소하고 북태평양 수온이 상승한 영향으로, 올여름 폭염과 열대야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의 문제 속에서 폭염은 일시적 기상 이변을 넘어 구조적 재난으로 고착화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폭염은 노동 현장에서 중대한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고온 환경에 장시간 노출된 노동자는 탈수, 열사병, 집중력 저하 등 건강 이상에 직면하며, 이는 산업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로 ‘폭염휴식권’이 규정된 것인데, 폭염휴식권은 일정 수준 이상의 고온 환경에 처한 노동자에게 충분한 휴식을 보장함으로써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려는 제도적 장치로 정의된다.
우리는 사상 최악의 폭염을 앞둔 2026년 여름을 위해, 실제 현장 노동자들을 만나 폭염휴식권에 대하여 물었다. 우선 가까운 지인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약식 인터뷰를 진행했다. 화장품 포장 직원, 앨범 포장 알바, 콘서트 진행 요원, 프랜차이즈 알바 등 노동하는 이들에게 ‘폭염으로 인해 건강상의 지장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 결과, 탈수와 두통 등의 증상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다. 일부는 이러한 건강 이상으로 업무를 중단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폭염 상황에서도 업체의 지시로 인해 모자 착용이 제한되어 두피 화상을 입은 사례도 확인됐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폭염휴식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 놓여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해당 권리가 실제 노동 현장에서 실효적으로 보장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제도의 권고 수준에 머무른 운영 방식, 사업장별 이행 편차, 비정형 노동 영역에서의 적용 공백 등은 폭염휴식권의 실질적 효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다양한 고용 형태가 공존하는 현실에서 제도의 적용 범위와 강제력에 대한 재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지난해 7월 개정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폭염휴식권’이 공식적으로 포함되었지만, 이는 노동자 대부분에게 그림의 떡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대로 폭염휴식권의 한계를 인정하고 두고만 봐야 할까?
우리는 폭염휴식권이 실효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제도라는 사전 검토를 거쳤다. 그뿐만 아니라 휴식 부족으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도 파악했다. 이를 심층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화학 소재 공장에서 제조•납품 업무를 수행하는 K씨와 배달 플 랫폼 노동자인 G씨, 경비 겸 전기 공사 노동자 H씨를 대상으로, 폭염휴식권의 실효성과 노동 현장에 관해 심층적으로 알아봤다.
화학 소재 공장 노동자에게 묻는다.
“저는 9 to 6로, 주 5일 화학 소재 공장에서 노동하는 K라고 합니다.”
‘폭염휴식권’에 대하여-
“현재 저에게 폭염휴식권은 법적 보장에 따른 것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임의적으로 시행되는 수준인 것 같습니다. 또, 노동에서의 휴식은 법적 기준이나 상부의 지시가 아닌 현장 팀의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고, 휴식 환경은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으나, 충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개인 당 선풍기나 모든 실내에 냉방이 닿아있어야 충분하게 휴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폭염휴식권은 작업 환경과 업체별 상황에 따라 휴식 형태가 달라져서 강제력을 갖기 어려운 구조라고 생각해요. 우리 작업장은 기계와 노동을 멈추면, 경제적 불이익이 상당하다 보니까, 현실적으로 폭염휴식권 이행에 제약이 생깁니다.”
우리는 원한다.
“휴식은 작업 환경에 따라 강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저는 휴식도 필요하지만, 휴식을 못 하는 상황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추가수당 지급’이 더욱 중요하다고 봅니다.”
온도가 오를 수록 위험은 커지지만, 노동의 속도는 줄어들지 않는다. 작업장에서 불어나는 열기 속에도 기계는 멈추지 않는다. 그 곁의 노동자도 멈추지 않는다. 작업 중단으로 위험을 방지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노동자가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휴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생산 차질과 경제적 손실의 책임을 오롯이 노동자 자신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폭염휴식권’의 제도적 한계에 관해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선택이 아닌 부담으로 작동하고 있다. 실효성과 현장 구조의 충돌은 오히려 노동자에게 압박감을 주입시키며, 경제적 부담감을 전한다. 결국, 제도는 존재하지만, 그 힘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배달 플랫폼 노동자에게 묻는다.
“저는 주 5~6일, 하루 10~15시간 노동하는 G라고 합니다.”
폭염휴식권에 대하여-
“저같이 수익과 노동량이 비례하는 구조의 직종은 폭염휴식권 시행이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제도는 조직화된 노동 환경에서 필요한 것이고, 플랫폼 노동자에게 휴식은 경제적 손실이 상당합니다. 그래도 플랫폼에는 유사한 제도가 있는데, ‘폭염주의보’가 울릴 때에만 건 당 4~500원 정도를 더 붙여서 주어요. 이 제도가, 따지고 보면 폭염휴식권의 대체 제도라고 볼 수 있죠.”
우리는 원한다.
“플랫폼 노동자 대부분은 수익을 우선시하여 노동하는 경향이 크고, 다들 이러한 불편을 감수한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폭염에 따른 휴식 없이 건 당 ‘추가수당 지급’을 원했습니다. 결국, 추가수당을 지급하는 제도가 생겼지만, 수당을 지급하는 기준치가 너무 높다고 생각해요. 그 기준이 폭염휴식권 기준 만큼 낮아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폭염 속 거리 위를 달리는 배달 플랫폼 노동자에게 ‘휴식’은 권리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로 남아 있다. 폭염은 분명한 재난이지만, 이들에게는 멈출 이유가 되지 못한다. 멈추는 순간, 수익도 함께 멈추게 된다.
다시 말해 G씨의 조건에서 폭염휴식권의 의도는 ‘안전 확보’가 아닌 ‘수익 포기’의 문제로 변질됐다. 플랫폼 노동은 수익과 노동량이 직접적으로 연결되므로, 배달 플랫폼 노동에 있어서 폭염휴식권의 이행은 곧 노동자의 경제적 손실로 간주되면서 위험을 피하기보다 감수하는 방향으로 선택하게 된다. 결국, 폭염휴식권은 적용 이전 단계에서부터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또한, 현재 배달 플랫폼에는 사업장 중심의 통제와 보호가 부재하여 일정한 휴식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강제할 주체도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배달 플랫폼 노동자에게 폭염은 자연적 재난을 넘어 구조적 위협으로 전락했으며, 그들의 폭염휴식권은 명확한 작동 기반조차 갖추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폭염의 ‘기준’이다. 현재의 폭염휴식권 기준은 체감 온도 31도 이상일 시엔 휴식 권고, 체감 온도 33도 이상일 시엔 2시간마다 20분 이상의 휴식을 해야 한다. 그러나, 배달 플랫폼 노동자는 이 보호 체계 바깥에 놓여 있다. 일부 플랫폼이 내세운 폭염 대응책은 고작 건당 약 4~500원의 ‘폭염 추가 수당’. 시간으로 환산하면 몇 천 원에 불과한 수준이다. 문제는 이 수당이 폭염주의보 발령이라는 비교적 낮은 기준에서 지급되면서도, 실제 노동 강도나 체감 위험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더위가 가장 위험한 오후 시간대, 교통 체증과 주문 밀집이 겹치는 상황에서도 라이더는 쉬지 못한 채 ‘건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폭염 속 노동을 ‘위험 수당’이 아닌 ‘인센티브’로 설계한 구조, 과연 이것이 보호인가, 아니면 더 많은 운행을 유도하는 또 다른 압박인가.
경비 겸 전기 공사 노동자에게 묻는다.
“저는 24시간 상주, 주 4일 노동하는 H라고 합니다.”
폭염휴식권에 대하여-
“우리 작업장은 자유로운 형태로 휴식이 가능합니다. 덥거나 추우면 실내에서 쉬고, 날이 좋으면 순찰 나가는 편입니다. 이런 환경을 갖춘 데엔 폭염휴식권 영향이 큽니다. 계속해서, 사무소에서 폭염일 때에는 과도한 노동을 자제하라는 공지가 내려오거든요. 폭염휴식권은 꽤 강제력을 가진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원한다.
“노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휴식과 돈이라고 생각합니다. 휴식이 있어야 일을 하고, 돈을 주어야 열심히 할 수 있죠. 저는 나름 휴식을 잘 받고 있는 편에 속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폭염일 때 노동을 아예 안 하는 것은 아닙니다. 피치 못한 때에는 아무리 더워도 일을 해야죠. 그 덥고 힘든 환경에서 수당도 제대로 갖추어진다면, 더욱 ‘최선을 다해서 일을 하지 않을까’ 싶네요.”
같은 폭염 아래에도 노동의 조건은 균등하지 않다. 일부 노동자에게 폭염은 ‘버텨야 하는 환경’, 또 다른 일부 노동자에게는 ‘조절 가능한 조건’으로 휴식이 작동하고 있다. 결국, 일부 현장에서는 제도가 작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 형태와 구조에 따라 체감되는 권리의 수준은 불평등하다.
그러나, 휴식의 자율성이 보장되어도, 고온 환경에서의 노동에 대한 보상 요구는 여전히 유효하다. ‘쉬는 편’에 속한다는 H씨 조차, 폭염 속에서 노동을 멈출 수 없다. 결국, 더위는 선택이 아니라 감내의 문제가 된다. 폭염은 자연재난이지만, 그 속에서 노동을 버티게 하는 조건까지 자연에 맡겨져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구조는 보호 없는 노동을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고 있다. 휴식이 있어야 일하고, 돈이 있어야 버틴다.
원인은 무엇인가
폭염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내리쬐지만, 그 아래의 노동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화학 공장 노동자는 기계를 멈출 수 없어 쉬지 못하고, 배달 플랫폼 노동자는 수익이 끊기기에 멈추지 못하며, 경비 겸 전기 공사 노동자는 비교적 쉬는 구조 속에서도 결국 다시 현장으로 돌아간다. 체감온도 33도 이상 시 휴식을 보장하라는 ‘폭염휴식권’은 분명 존재하지만, 현장에서는 ‘권리’가 아니라 ‘선택’ 혹은 ‘부담’으로 작동한다. 생산 차질과 수익 감소의 책임이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되는 구조 속에서, 휴식은 곧 손실이 된다. 그 결과, 노동자들은 위험을 피하는 대신 감수하는 쪽을 택한다. 제도는 존재하지만, 작동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작동할 수 없는 구조 위에 놓여 있다.
문제의 핵심은 명확하다. 현재의 폭염 대응은 ‘휴식 권고’에 머물거나, 배달 플랫폼의 건당 400~500원 수준의 수당처럼 위험을 정량화하지 못한 채 인센티브로 왜곡되어 있다. 폭염의 기준은 존재하지만, 그 기준을 강제할 주체도, 손실을 보전할 장치도 없다. 결국, 폭염휴식권의 실패는 제도의 부재가 아니라,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왜, 가장 뜨거운 곳에서 일하는 사람만이 아무런 보호 없이 버텨야 하는가.
우리는 폭염휴식권의 구조적 문제의 구체적인 발생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살피기 위해 노무법인 참터 공인노무사이자 성공회대학교 겸인교수인 유성규 교수에게 분석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