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한번쯤 부모님께 들어본 적있는 말, “너 게임중독이야” 우리 사회에서 게임 중독은 마치 질병처럼 여겨진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선 게임이용장애를 질병 코드로 분류해 한국에선 몇년간 해당주제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다.
현재는 질병 코드를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일단락된 상황이긴 하지만, 사회적으로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는실정이다.
여러 전문가들도 동의하는, ‘게임중독은 질병이다’ 라는 주장, 실제로 게임중독은 질병일까?
게임중독은 질병이다?
게임중독은 질병이 아니라는 주장에 앞서 게임중독의 질병화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먼저 살펴보자.
2024년 9월 12일에 개최된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문제에 대한 공청회’에서 찬성 측엔 보건복지부를 필두로 한 일부 의료진이 자리했다.
그들은 뇌신경학적, 임상적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축적되어있으며, 다른 중독질환과 유사한 양상을 띤다는 이유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등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이러한 조치는 일부 심한 증상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게임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일부 이용자를 돕는 안전장치 역할임을 덧붙였다.
요컨대 찬성 측 전문가들은 게임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지만, 중독의 가능성이 있고 이는 충분히 질병으로 분류될 수준이라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전문가의 의견을 제외하고도 많은 학부모 단체와 기독교 집단에서도 게임중독의 질병화를 지지하는 의견을 냈다.
아이가 게임에 과몰입하기 시작하며 성품이나 행동이 바뀌었고, 이로 인해 아이가 망가졌다, 게임하면 키가 작아진다 등 비교적 비과학적인 주장을 펼쳤다.
원인과 결과의 전도, ‘공존 질환’을 간과한 의학적 오류
비과학적인 내용도 섞여 있지만, 찬성 측이 펼치는 주장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여러 연구들을 바탕으로 한 전문가들의 주장, 겉보기엔 논리적으로 보이지만 조금 더 살펴보면 허점이 존재한다.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가장 큰 논리적 취약점은 ‘원인과 결과의 혼동’에 있다. 정신의학계 및 학술 연구에 따르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게임에 몰두하는 이들의 상당수는 게임 자체의 중독성 때문이 아닌, 기저에 깔린 환경적·정신적 요인에 기인한다.
한국 콘텐츠 진흥원에서 발행한 2020~2024 게임이용자 연구 해설서(2025. 12. 23)는 총 5년 간 진행한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와 ‘임상의학 코호트 연구’의 주요 내용과 결과를 다루고 있다.
해당 연구는 게임이 중독을 일으키는지, 게임이 뇌를 나쁘게 만드는지, 게임이 학업과 성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지, 게임이 가족과 친구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등 6개의 의문에 같은 사람을 5년간 관찰하는 ‘패널 연구’와 fMRI를 이용한 ‘임상의학 연구’로 답했다.
연구 결과는 이러했다. “게임이 과몰입 등 문제적 행동을 직접적으로 유발한다기보다 기존의 질병·사회·심리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일 수 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게임이용장애의 원인이 게임이고, 의료적 개입을 통해 해결 가능한 것이라면 게임이용은 게임과 관련한 문제적 행동이나 상태의 직접적인 원인이어야 하나 게임이용은 일관된 결과가 나타나지 않아요.”
“게임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애정은 개인의 조건과 환경이 달라지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고 볼 수 있어요.”
이렇듯 두 종류의 연구 모두 게임이 중독과 같은 증상을 일으키지 않으며, 되려 좋은 방향으로 이용할 경우 대인 관계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5년간 만 19세 이상 성인의 게임행동유형변화 2020~2024 게임이용자 연구 해설서(한국콘텐츠진흥원 . 2025. 12. 23)
위의 보고서 외에도 중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는 중독과 몰입에 관한 강연에서 “게임은 결과값이지 원인이 아니다”, “게임과몰입 증상을 겪는 이들의 90~95%는 공존질환을 가지고 있다” 라며 게임과몰입은 원인이 아닌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즉, 게임 과몰입은 질병의 ‘원인’이 아니라 다른 심리적 고통이 발현된 ‘증상’에 가깝다. 근본적인 원인인 삶의 스트레스를 외면한 채 게임만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기침하는 환자에게 폐 질환 검사 대신 감기약만 처방하는 격이다.
중독의 보편화, 시작은 게임중독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등재되고, 치료를 권장 받게 된다면 다른 콘텐츠들의 과몰입도 질병의 범주로 도입 될 수 있다.
넷플릭스 중독, 영화 중독, sns 중독, 스포츠 중독 모두 게임과 같은 논리로 중독으로 치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피하고, 게임을 특정해 중독으로 등재하려면 게임을 할때만 나오는 물질같이 특정한 근거를 발견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연구에선 이러한 결과를 도출해내지 못했다.
게임을 하며 나오는 도파민도 다른 활동을 하며 분비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는 “게임을 하며 나오는 도파민의 양은 공부를 할 때 나오는 양보다 적다” “공부할 때 전두엽의 피로도가 빨리 높아져 머리가 아프고 힘든 것일 뿐” 이라고 말했다.
“4대 중독에서 게임을 뺄바엔 마약을 뺀다” 라는 일부의 주장처럼 게임을 마약이나 도박과 동일 선상에 놓는 물질 중독 프레임은 과학적 데이터의 객관성을 잃은 과도한 공포 마케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저 다른 놀거리와 같은 수준으로
2020년 부터 2021년까지 하루에 최소 3시간 이상 매일 게임을 해온 김준형씨(가명)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학교생활을 하며 공부하고, 시험을 준비하고, 이런 스트레스를 게임으로 풀었던 것 같아요.”
“점차 힘든 일들이 끝나고 다른 활동들에 집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게임시간이 줄어들게 되더라구요”
“그저 하나의 취미이고, 놀이인데 게임을 한다는 이유로 환자 취급을 받는 건 너무 억울한 일 인 것 같고, 그저 다른 콘텐츠 이용자들과 같은 수준으로 대해줬으면 좋겠어요”
게임을 질병으로 낙인찍는 것은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게임은 현대 청년 세대에게 단순한 중독 물질이 아니라, 협동심을 기르고 글로벌 유저들과 교류하는 e스포츠이자 거대한 문화 산업이다.
현재 많은 이들이 즐기는 콘텐츠인 만화는 20세기 중후반 만화가 새롭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만화는 악서 취급을 받으며 불태워지기까지 했다.
이때 만화를 질병으로 규정하고 치료를 시작했다면 만화에서 파생된 현재의 거대한 웹툰시장, 그에서 이어진 여러 콘텐츠 산업의 성장이 이루어 질 수 있었을까?
게이머들에게 필요한 것은 병원의 환자 등록증이나 규제의 잣대가 아니다. 이들이 왜 현실 대신 가상 세계에서 성취감을 찾아야 했는지 그 내면의 스트레스와 사회적 환경을 들여다보는 통찰이 우선되어야 한다.
게임을 질병의 울타리에 가두기보다, 건강한 문화로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는 사회적 신뢰와 제도적 지원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