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2명, 더 작은 소셜을 추구하는 소셜미디어가 있다. Z세대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어플 ‘셋로그’다.

앱스토어에 셋로그가 올라가 있다. 약 3천 개의 리뷰와 100만회 이상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최근 Z세대 사이에 “셋로그(Setlog)”라는 소셜미디어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출시 사흘 만에 애플 앱스토어 1위를 달성하고 구글 플레이 누적 다운로드 100만 회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러한 유행의 이면에는 디지털 공간에 대한 Z세대 여성들의 불안이 자리하고 있었다. 소셜 미디어의 비공개 계정, 디지털 공간의 불평등을 통해 셋로그 속 불안과 생존 전략을 들여다보았다.
● 셋로그, 내 얼굴을 공유해도 되는 사람
인터넷 세대인 Z세대에게 소셜미디어 사용은 일상적인 일이다. 삶의 한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에 친구가 있고, 그를 통해 친구들과 교류한다.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뒷받침하는 도구로도 사용된다.
그런데 최근 ‘셋로그’라는 소셜미디어가 Z세대 사이에서 큰 열풍을 일으켰다. 한 시간마다 2초, 한 그룹에 최대 12명까지 촬영한 영상을 통해 일상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그 속에서는 가감 없고 주기적인 사생활 노출이 이루어진다. 다른 소셜미디어에 비해 보다 더 ‘날 것의’ 일상이다. 한 화면에 게시된 영상을 모두 볼 수 있어 그룹 안 친구들끼리 특정 색깔을 맞추어 올리거나 얼굴 부위를 나누어 찍는 등의 챌린지도 등장했다. Z세대의 놀이 도구로도 볼 수 있다.
와이즈앱·리테일의 조사에 따르면, 셋로그 사용자 중 여성 사용자가 76.2%, 그중 20대 여성 사용자수가 35.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10대 이하 여성 사용자는 19%로 뒤를 이었다. 여성, 그중 Z세대 여성이 셋로그의 주 사용자라는 뜻이다. Z세대 여성들은 왜 셋로그라는 소셜미디어에 열광할까? Z세대 여성들에게 셋로그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물어보았다. 인터뷰 이름 표기에는 셋로그 닉네임을 사용하였다.
인터뷰를 통해 “궁금한 사람의 일상을 볼 수 있다. (하타, 20대, 여)”는 의견과 “이미지로 올라오니까 친밀감이 크다. 거리감이 없어서 좋다(제갈우진, 20대, 여)”라는 의견, “내 하루를 되돌아 볼 수 있다(깜찍이, 20대, 여)”는 의견 등을 들을 수 있었다. 친구들과 교류의 도구로서, 또는 하루를 되돌아보는 도구로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외에도 컨셉을 맞춰 노는 것도 즐겁다는 의견과 소속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

셋로그의 그룹 내 화면. 해외에 있는 친구와도 쉽게 일상을 공유할 수 있다.
“일상을 까놓고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이랑 하는 것 같아요.”(데이, 20대, 여)
“친한 친구들이랑 사적인 영역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커가지고. 제가 잘 모르는 사람들이랑은, 너무 사적인 거는 잘 공유하지 않는 편인 것 같아요.”(리미, 20대, 여)
인터뷰를 진행한 Z세대 여성의 대다수가 가족·친한 친구같이 깊은 관계를 맺은 사람들과 셋로그를 사용했다. 친밀하기 때문에 일상을 보여줘도 괜찮다고 생각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동아리원 같이 친밀하지 않는 관계나, 실제로 만난 적 없는 온라인 친구들과 셋로그를 하는 사례도 있었다.
“얼굴만 아니면 괜찮아요. 다른 그룹과의 차이는 없습니다. 이미 개인 정보를 서로 알고 있는 사이라 괜찮아요. 다 여성이라 괜찮아요.”(제갈우진, 20대, 여)
친밀하지 않은 사람이 있는 방에는 얼굴이나 사적인 정보를 최대한 배제해서 공유했다. 그러나 온라인 친구라도 믿을 수 있다면 일상을 공유했다. 특히 같은 여성이라는 성별은 더욱 안심할 수 있는 요소였다. 이러한 인터뷰를 통해, Z세대 여성들은 어떠한 관계이든 주로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셋로그를 함께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거르지 않은 일상은 더욱 믿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경향이 있었다.
●Z세대의 소셜미디어 사용법
“인스타 공계에 스토리는 잘 안올리는 편이에요. 보는 용도로 많이 쓰고 (비공개 계정인) 인스타 본계에 친친으로 보통 올립니다.”(리미, 20대, 여)
‘셋로그’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이 공개적인 기존 소셜미디어와는 다르다. 철저히 폐쇄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그룹에 속해있지 않은 사람은 그룹 내 영상을 볼 수 없다. 이러한 특성은 낯설지 않다. 셋로그의 폐쇄성은 소셜미디어의 비공개 계정이나, 볼 수 있는 사용자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의 ‘친한 친구(친친)’ 기능과도 닮아있다.

인스타그램의 비공개 계정. 팔로우 하지 않으면 사진과 영상을 볼 수 없다.
인스타그램의 2023년도 조사에 따르면, 국내 Z세대 이용자 중 73.4%가 2개 이상의 계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이유로는 “완전히 개인적인 공간이 필요해서가” 59.9%로 가장 많았고, “조금 더 친한 지인과의 긴밀한 소통”이 뒤를 이었다. 이는 Z세대가 인터넷 네이티브 세대로서 공개 계정과 비공개 계정을 목적에 따라 구분해 사용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또한 친밀한 지인과 개인적인 사생활을 공유하는 계정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는 점도 알 수 있다.
셋로그와 인스타를 둘 다 사용하는 ‘깜찍이(20대, 여)’는 “인스타는 그냥 릴스 보고 사람들 어떻게 사는지 보고 약간 대외용 느낌이다. 사회생활용이다. 하트 눌러주고 답장하는 용도.”라며 공개 계정의 업로드에 대해 “압박감 있다”라고 답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김영선 성공회대학교 시민평화대학원 실천여성학 교수는 “일단 모르는 사람을 통한 확장과 에너지보다는, 가까운 사람을 통해서 자주 (교류)하면서 에너지를 얻고 싶어 하는 방향일 것 같아요. 새로운 사람이 오면 적응해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되게 많은 힘이 드는 거죠.” 라며,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인포(정보)가 없다는 게 리스크가 크다고 보는 거 같아요.”라고 분석했다.
더이상 Z세대에게 소셜미디어는 넓은 사회관계를 맺기 위한 도구라고만 할 수 없다. 셋로그와 비공개 계정 사용 양상을 통해, Z세대가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넓히기보다 신뢰하는 소수의 사람들과 교류를 위한 공간을 선택했음을 알 수 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제한된 관계 안에서, 얼굴·일상과 같이 사적인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하는 모습이다.
● 디지털 공간의 불안과 소셜미디어
그러나 Z세대 여성의 비공개 계정 사용은, 보여주기에 대한 부담과 친밀한 사람과의 교류라는 이유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들에게 비공개 계정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그래서 저도 솔직히 그 사건(딥페이크 공론화) 이후로 여행가서 찍은 게시물도 얼굴 찍은거 있었는데 내렸어요. 아니겠지, 라고 생각은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리미, 20대, 여)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이 대두된 이후, 여성들 사이에서는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얼굴 사진을 삭제하거나 비공개로 전환하는 등의 ‘얼굴 내리기’ 현상이 나타났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얼굴 사진 삭제 등 신상 노출을 줄일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방희경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여성들은 그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불안이 있기 때문에 자기 얼굴의 가시성을 관리 하게 되고, 관계도 선별을 해서 맺는”경향이 있으며, “사진을 올릴 때 자기 검열”을 하는 경향, “공개 계정에는 얼굴 안 올리고 비공개 계정은 얼굴 올리고, 전략적으로 자기표현을 한다든가. 공개 계정을 회피”하는 경향도 있다고 답했다.
실제 딥페이크 피해 경험이 있는 여성, 막내(20대, 여)씨는, “(피해 이후)비계에만 얼굴이 나온 사진을 올리고 공개 계정이나 공개적인 장소에서 얼굴 사진을 잘 안 올렸어요. 지금은 괜찮아서 이것저것 올리는 것 같아요.”라며 자신의 사례를 이야기했다. 이후 “또 그런 일에 휘말리지 않을까?”라는 말을 남기며, 여전히 불안이 남아있음을 표현했다.

그렇다면 여성만이 이러한 불안을 느끼고 있을까? 2024년 교육부의 딥페이크 청소년 인식조사 결과에는 남녀의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먼저 ‘나도 모르게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항목에는 여학생 81.7%, 남학생 67.7%로 14%의 차이가, 관련 사건 이후 ‘비공개 계정으로 전환했다.’ 항목에는 여학생 46.4%, 남성 22.4%로 24%의 차이가 있었다. 이어 ‘개인적인 사진을 삭제했다.’ 항목에는 여학생 45.6%, 남학생 17.4%로 28.2%의 차이가 있었다. 남성에 비해 여성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불안을 더 많이 느끼고, 더 강하게 대응 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방희경 교수는 성범죄가 여성이 특정 공간에서 스스로 검열하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도록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지하철에서의 직접적 성추행과 불법 촬영, ‘N번방’ 사건, 딥페이크 성범죄에 이르기까지 범죄 양상이 변화하며, 여성들은 자신의 신상과 이미지를 스스로 관리하는 등의 위험을 줄이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개 SNS에서 얼굴 사진을 삭제하거나 비공개 계정으로 전환하고, 셋로그와 같은 폐쇄적인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현상 역시, 이러한 방어적 행동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4명의 그룹 멤버들이 자신의 일상을 올렸다. 업로드된 영상은 멤버들만 확인 할 수 있다.
Z세대 여성들은 셋로그를 사용하며 폐쇄적인 구조에 안정감을 표현했다. 자신의 얼굴과 사생활을 ‘믿을 수 있는 사람끼리만 공유할 수 있어서’였다. 셋로그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공유하는 방식이었다면, Z세대 여성들에게 과연 이렇게 큰 인기를 끌 수 있었을까. 따라서 셋로그는 Z세대 여성들의 비공개 계정 사용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 불안을 경험하는 여성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이다.
“인스타는 보고 싶은 사람들이 다 볼 수 있고, 맘만 먹으면 누구랑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공개적인 곳이라면, 이에 비해 셋로그는 폐쇄적이라 그냥 일상을 올려도 되어 그게 너무 좋았다.”(막내, 20대, 여)
방희경 교수는 이에 대해 “여성들이 밤늦게 후미진 곳을 다니면서 불안하고 공포스럽다, 라고 얘기한다는 것은 사회에 불평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디지털 공간에서의 여성들이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현실 공간의 불평등이 디지털 공간으로 전이돼서 디지털 공간도 불평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답했다.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여성연대
딥페이크 공론화 이후 몇 년이 지난 지금, 여성들은 다시 공개된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업로드한다. 그러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불안은 여전히 남아있다. 불안은 잊히지 않고 여성들의 내면에 자리 잡았다. 많은 여성이 ‘나도 성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라는 불안을 갖고 살아간다.
디지털 공간 속 불평등과 범죄의 위협은 디지털 공간으로 전이되었다. 여성들은 디지털 공간에서도 일상적인 불안을 느낀다. Z세대 여성이 셋로그에 열광한 현상 역시, 이러한 공통된 불안을 기반으로 한다. 셋로그는 단순히 유행하는 놀이도구, 친구들과의 교류도구를 넘어, 불안을 겪는 여성들의 생존전략으로도 그려졌다.
앞으로 셋로그 유행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Z세대 여성들이 폐쇄적인 구조 속에서 신뢰하는 소수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경향 자체는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 성범죄가 심화되고, 디지털 공간에서의 불안이 이어지는 한 그러하다.
방희경 교수는 그러한 경향에 대해 “(여성들의) 목소리도 당연히 줄어들수 있다”며, “밤늦게 여성들이 귀가할 때 그런 불안함과 공포”가 “여성들의 사회 진출도 제한”하듯, 여성들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불안이 “인터넷에서의 여성들의 목소리가 줄어”드는 결과를 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결과만 남지는 않는다. 디지털 기술은 언제나 양가적인 특성을 가진다. 방희경 교수는 그러한 구조를 통해 “여성들끼리의 연대를 맺을 수 있다”며, “연대를 통해서 여성들의 담론을 형성하게 되는 장도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선 교수 또한, “자기를 지킬 수 있는 방식으로 그 공간을 새롭게 구축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한 전략 중의 하나”라며, 남녀공학대학에서의 “여학생회관이나 총여학생회 방”을 예시로 들었다. “캠퍼스 전체가 남성성”을 가진다고 이야기 할 때, “분명히 우리가 숨쉴 수 있고, 우리가 서로 모여서 뭔가를 도모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중요”하다며, 셋로그의 “이런 방들이 그런 역할을 하지 않을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모두가 안전한 공간으로
그렇다면 소셜미디어에 대한 강한 규제 실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여기에는 또다른 문제가 있다. 디지털 성범죄가 국경을 넘어 작동한다는 점이다.
김영선 교수는 단순히 “한국사회에서 법이 강화”되었을 때 “ 글로벌 사우스에 있는 여성들의 이미지를 착취하는”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디지털 공간의 불평등과 이미지 착취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지구에 있는 모든 이”를 대상으로 한 “전 지구적인 새로운 시민되기 작업이 전제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들이 안전한 공간 속에서 “나의 안전”과 “나의 어떤 즐거움, 나의 오늘의 일상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계가 지금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계속 같이 상상하고 고민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말을 남겼다.
이처럼, 단순한 규제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 불평등한 구조의 변화가 이어져야 한다. 누구에게나 자유롭고 평등한 공간, 그 속의 약자들이 생존전략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