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아는 세금을 줄이려는 행위는 절세, 탈세, 조세회피가 있다. 이 차이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절세는 법이 허용한 취지대로 세금을 줄이는 합법적 행위라면 탈세는 명백한 불법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조세회피는 무엇일까? 조세회피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 모호한 위치에 있다. 조세회피와 탈세, 이 둘을 가르는 가장 핵심적인 기준은 적극적인 은폐와 사기 행위의 유무이다. 판례에 따르면 탈세(조세포탈)는 단순히 세금을 내지 않거나 신고를 누락한 것만으로는 성립하지 않으며, 과세관청이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만드는 적극적인 사기나 기타 부정한 행위가 개입되어야만 인정된다. 반면 조세회피는 세법이 예상하지 못한 미비점이나 구멍, 혹은 변칙적인 우회 거래를 이용해 세금 부담을 경감시키는 행위이다. 이는 사기나 문서 위조 같은 적극적인 은폐가 없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는 세법을 위반하지 않은 합법의 테두리에 속하며, 회피의 의도가 적발되더라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탈세와 결정적인 차이를 보인다.
조세회피의 유형에는 국내 유형과 국외 유형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국내 세무 실무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대표적인 조세회피 유형으로는 자산이나 주식을 타인의 이름으로 돌려놓는 명의신탁을 들 수 있다. 자산가들이 이처럼 이름을 빌려 주식을 분산하는 이유는 매우 복합적인데, 주로 배당소득에 대한 누진세율을 피하기 위한 종합소득세 회피, 법인 부도 시 책임을 지는 과점주주의 의무를 피하기 위한 제2차 납세의무 회피, 그리고 양도소득세 기본공제를 다수 적용받아 세금을 줄이려는 목적 등이 깔려 있어야 한다. 세법은 이를 억제하기 위해 실제 증여가 없었더라도 증여된 것으로 보아 세금을 물리는 명의신탁 증여의제 제도를 두고 있으며, 이는 실제 증여 사실에 기초했다기보다 우회적인 조세회피 행위 자체를 통제하기 위한 일종의 행정벌적 제재 성격을 띤다. 국외 유형으로는 흔히 페이퍼 컴퍼니가 있다. 페이퍼 컴퍼니는 조세회피를 위해 조세피난처에 설립하는 물리적 실체 없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이다. 싱가포르, 홍콩, 버진아일랜드(BVI) 등에 해외법인을 세우고 그 위에 해외신탁을 얹어 국내 자산을 이전하면 세금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저세율 국가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자산을 이전하면, 실제 배당을 실행하기 전까지는 국내 과세를 이연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해외에 법인을 세웠다고 국내 과세망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흔히들 조세피난처나 저세율 국가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자산을 이전하면, 실제 배당을 실행하기 전까지는 국내 과세를 이연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국내 세법은 이러한 조세회피를 차단하기 위해 해외현지법인 유보소득 과세제도라는 강력한 방어막을 두고 있다. 이 또한 실제 경영을 하지 않는, 회피의 의도가 보일 경우 과세의 대상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탈세로 알고 있는 차은우의 사례도 사실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조세회피 의혹 사건이다. 지난 1월 차은우는 국세청으로부터 200억 원이 넘는 소득세 추징 통보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탈세 의혹을 받아왔다. 국세청은 차은우가 모친 명의로 설립한 법인이 실질적인 용역을 제공하지 않은 페이퍼컴퍼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소속사 판타지오로부터 수익을 정산받는 과정에서 최대 45~49.5%의 소득세율 대신 이보다 20%포인트 이상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받아 조세를 회피하려 했다는 것이다. 해당 법인은 과거 가족이 운영하던 장어 전문점 자리에 세워졌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해당 식당은 폐업 상태다.
그렇다면 절세와 조세회피를 나누는 경계는 어디일까? 이와 관련해 답을 구하기 위해 김영애 조세 전문 변호사께 인터뷰를 요청했다. 인터뷰는 메일을 통한 문답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배우자 증여 후 양도나 해외 이주 및 비거주자 신분 획득 등의 행위를 모두 조세회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 물었다. 이에 “세법이 예정하지 않은 일련의 행위들을 모두 변칙적 조세회피로 규정하긴 어렵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즉, 일련의 행위에 있어 세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부도덕하게 세금을 줄이려는 의도가 포착될 경우에만 조세회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법이 정한 테두리 내의 선택(절세)이냐, 경제적 실질 없이 오직 세금을 줄이기 위해 짜 맞춘 변칙 거래(회피)냐를 가르는 것은 납세자의 ‘주관적 의도’와 ‘거래의 실질’에 달려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조세회피는 현재의 세법 제도로는 납세자의 의도를 명확히 구별하기 어렵고, 조세를 회피하려는 목적이 있는지 판단할 때 주관적 인식이 개입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조세회피는 현재 규정된 세법으로는 처벌의 경계가 모호하고 강력하게 규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납세는 대한민국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이다. 이는 국가의 존립과 유지를 위해 모든 국민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이다. 하지만 조세회피 행위가 남발할 경우, 납세의 의무는 지켜지지 못하고 성실히 납세하는 국민만 피해를 본다. 따라서 조세회피와 관련한 세법은 더욱 촘촘해지고, 구체적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세회피와 관련한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성실히 의무를 다하는 시민 의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