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8000시대를 맞아 주식 시장에 뛰어든 20대 청년 6명을 심층 인터뷰하며 확인한 가장 명확한 사실은 하나다. 청년들은 자산 형성을 위해 주식을 유일한 사다리로 선택했지만, 정작 그 시장 속에서 크기와 리스크를 감당하는 방식은 투자 실력 보다는 ‘부모의 자본력’에 의해 처음부터 결정되어 있었다. 자발적 투자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실상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주식장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
(‘당신은 리스크를 얼마까지 감당 할 수 있으신가요’. 기성언론은 청년 투자자를 빚투와 같은 극단적인 이야기로만 소개하지만, 우리가 만난 6명의 투자자들은 단일한 청년 투자자로 묶일 수 없었다. 리스크의 감당 방식과 투자 실력도 중요하지만 청년 투자자들, 20대 초반의 투자자들에게는 큰 배경이 있었다. 바로 부모의 자본력이다. )
신규 주식 투자자 둘 중 한 명은 청년층
지난달 26일 종가 기준 처음으로 코스피 지수가 8000선을 넘어섰다. 코스피 8000시대에 2030 세대의 주식 투자 시장 진입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과열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2019년 기준 20대 이하 주식 투자자는 약 10만 명 수준이었으나 5년 만에 7배 이상 증가했고, 같은 기간 30대 투자자 역시 약 150만 명에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같은 열풍은 정치권의 유인책과도 맞물려 있다. 최근 이재명 정부는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목적으로 청년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비과세 한도와 납입 한도를 대폭 상향하는 등 자본 시장을 활용한 청년 지원 정책을 내세웠다. 일각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도래한 코스피 8000 시대와 이러한 정책적 지원이 맞물려, 주식 투자가 청년층의 안정적인 자산 관리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낙관론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국내 중대형 증권사 세 곳(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의 신규 주식계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새로 개설된 계좌 142만 2,217개 중 10~30대 고객 비중이 50.6%(72만 3,502명)에 달했다. 신규 주식 투자자 둘 중 한 명은 청년층인 셈이다.

주식투자자 연령대별 기준. 한국경제신문 기사 사진
특히 지금의 20대는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이른 시기에 금융투자를 시작한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는 지난 3월 ‘금융 투자 트렌드 리포트 2026’을 발행하여 ‘지금의 20대는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이른 시기에 금융 투자를 시작한다’고 분석했다.
10~20대 초반부터 금융 투자를 시작한 비율은 30대가 19.4%인 것에 비해 20대는 81.4%로 압도적이다. 한때 중장년층이 대부분의 비율을 차지 않다고 여겨졌던 주식 투자가 이제는 20대의 보편적인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음을 보여준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 서베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그래프.
청년들은 왜 주식을 시작하는가
청년들이 이토록 주식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지는 청년 주식 투자 열풍 속 청년들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6명을 인터뷰했다. 주식을 시작한 계기는 제각각이었지만, 그 밑바닥에는 ‘예·적금 금리로는 도저히 자산을 불릴 수 없다는 인식’이 공통적으로 깔려 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A씨는 “물가 상승률이나 금리와 비교했을 때 예·적금 금리가 너무 낮아보였다”며 주식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B씨 역시 “버는 돈은 적고 생활비로 나가는 돈은 정기적으로 적금을 드는 것에 부담이 컸다”고 했다. 주식이나 코인으로 단가간에 큰 수익을 얻는 사례들이 미디어를 통해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예금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더 작아 보였던 것이다.
시장의 유행과 분위기도 한몫했다. 2023년도에 졸업 후 취업준비생인 C씨는 “코로나 때 주식이 많이 떨어지면서 원래 투자를 안 하던 사람들도 많이 시작하게 됐다”며 “인터넷이나 뉴스에서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 가다는 걸 체감해서 소액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B도 “원래 가지고 있던 관심과 사회적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투자를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저금리 시대가 길어지는 사이 주식은 소액으로도 할 수 있고 누구나 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자산 형성을 위해 스스로 진입했다는 D씨와 기술 산업에 대한 관심이 투자로 이어졌다는 E씨 등 출발점은 제각각이었지만, 주식을 시작한 이유는 모두 비슷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베팅
E씨는 군 복무 중 모은 250만 원으로 투자를 시작해 한때 수익이 1,000만 원을 넘어섰지만, 이후 큰 폭의 손실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그는 “손실이 일상생활이나 전역 후 계획에 큰 영향은 없다”며 “투자한 금액은 철저히 나와 분리시킨다”고 말했다. E씨에게 주식은 잃어도 삶이 흔들리지 않는 영역에 있었다. 실제로 E씨는 갓 성인이 되었을 때 부모로부터 주식 자금을 지원받아 70% 이상의 수익을 낸 경험이 있었다. “나로 인해 온 가족이 주식을 하고 있었다”는 말처럼, E씨의 투자는 가족 단위의 자본력을 배경으로 한 리스크 분산이 가능했다.
반면 C씨의 사정은 달랐다. 코로나19 시기 소액으로 시작해 6년째 투자를 이어오고 있지만, 현재 취업 준비 중이라 별도 소득이 없어 투자 자체를 중단한 상태다. C씨는 “알바비가 있을 때도 50만 원 수준이라 투자를 많이 하기는 어렵고 소액 정도만 투자하고 나머지는 생활비로 썼다”고 말했다. 투자 규모를 정할 때도 ‘이 돈을 잃어도 일상생활에 엄청 큰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금액’으로 범위를 정했다. C에게 손실 가능성은 단순 리스크 계산이 아니라 당장의 생활과 직결된 문제였다.
B의 경우도 비슷하다. B는 처음엔 자신의 돈으로 시작했지만 “부족하다고 판단해 일부 빌려 투자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부모님 돈을 빌린 돈을 갚고도 수익이 남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손실을 만회하거나 더 큰 수익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겼고, 그것이 지나친 욕심으로 이어졌다”고 털어놨다. 뒷받침할 자본이 없을수록 리스크는 심리적 압박으로 증폭됐다.
같은 시장에서 같은 종목을 샀더라도, 손실이 났을 대 버틸 수 있는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은 처음부터 달랐다. 그 차이를 만든 것은 개인의 투자 실력이 아니라, 투자 이전에 존재했던 집안의 자본력이었다.
대학생 주식 투자의 여러 현실
이와 같은 대비와 함께 같은 시장 안에서도 여러 겹의 현실이 공존했다. 6명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만난 청년들의 사례는 단일한 ‘청년 투자자’ 이미지로 묶이지 않았다.
E씨는 2,000만 원에 가까운 손실을 냈음에도 투자금을 삶과 분리할 수 있었던 반면, B씨는 가진 현금 전부를 주식에 넣고 “늘 쪼들리며 주신 그래프에 따라 울고 웃는다”고 답했다. 급하게 돈을 써야 할 상황에서도 주식을 먼저 정리해야하는 경우를 겪고 있었다. 손실의 금액보다 그 손실이 일상에 닿는 깊이가 달랐다.
수익을 낸 청년도 있었다. D는 인턴 월급으로 모은 돈으로 투자를 시작해 현재까지 350만 원의 수익을 냈고, A는 4년간 소액을 꾸준히 투자해 120만 원의 평가 수익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A는 주식 투자 여부가 개인 자산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이러한 구조가 불공평하다고 느끼진 않냐는 물음에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불공평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면 에너지도 들고 스트레스만 받는다”며 “현재 가진 걸로 최대한 이익을 낼 수 있는 방법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말로 소신을 밝혔다.
아예 주식을 시작조차 하지 못한 청년도 있다. F씨는 “무엇보다 주식을 시작할 시드(초기 자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주변에서 주식을 많이 하냐는 질문에는 “나 빼고 다 하는 것 같다”며 한때 진입을 고민했으나 결국 현재는 청년도약적금과 주택청약이라는 안정형 자산으로 돌아섰다. 시장이 아무리 열기가 올려도, 원천 자본이 없는 청년에게는 그저 구경거리에 불과했다
C는 이 현실을 가장 담담하게 표현했다. 주식 투자 여부가 또래 간 자산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하냐는 물음에는 “진짜 자산 차이가 생기는 건 원래도 자산 차이가 있던 사람일 것이다. 돈이 많은 사람은 그만큼 주식으로 더 벌 수 있고, 소액만 투자하는 사람은 그만큼의 수익만 얻는 거다. 결국 자산 격차는 원래부터 있던 차이”라고 했다. 주식이 기회의 문을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시장 안에서도 격차는 그대로였다.
주식은 청년들의 불확실한 미래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코스피 8000시대, 신규 주식 투자자 둘 중 한 명은 청년층이다. 20대가 주식을 시작하는 나이는 점점 앞당겨지고 있고, 그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인터뷰로 만난 청년들은 모두 다른 상황에서 출발했지만 주식을 시작한 이유는 비슷했다. 월급만으로는 자산을 불리기 어렵고, 부동산은 처음부터 넘볼 수 없는 벽이었다. 예·적금 금리는 너무 낮게 느껴졌고, 주식은 그나마 소액으로도 시작할 수 있는 선택지였다. 자발적인 선택처럼 보이지만, 그 선택지가 애초에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내몰린 결과에 가깝기도 했다.
이 기사를 접하는 청년층의 반응 역시 각자가 발 디딘 현실에 따라 극명하게 나뉠 것이다. 부모의 안전망 속에서 투자금을 삶과 철저히 분리할 수 있었던 이들은 구조적 불평등이라는 지적에 선뜻 공감하지 못할 수 있다. 반면 자본의 부재로 리스크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늘 쪼들리는 일상을 견디거나 시드머니가 없어 진입조차 포기한 이들은, 원래 있던 격차가 주식 시장 안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사실에 공감을 보낼 것이다.
기성언론은 주식이 격차를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만 실상은 사회에 이미 존재하던 계급적 자산 격차가 주식 시장이라는 렌즈를 통해 그대로 재현되고 있을 뿐이다. 청년들이 미래의 도움책으로 선택한 자본시장은, 부모의 자본력에 따른 ‘리스크 감당 능력’의 격차를 가장 적나라하게 증명하는 문턱으로 기능하고 있다. 코스피 8000시대는 같이 겪는 것 같지만, 출발선도 다르고 구체적인 생활 차이도 다르다. C의 말처럼 결국 ‘자산 차이는 원래부터 있던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