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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대안 저널리즘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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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대안 저널리즘 특강.

청년 주식 투자 열풍, ‘기회의 사다리’인가 ‘격차의 렌즈’인가

Posted on 2026년 06월 09일2026년 06월 19일

“결국 돈을 버는 사람은 원래도 돈이 많던 사람이다.”

코스피 8,000선을 찍고 모두가 대한민국 주식장의 호황을 이야기한다. 청년들 역시 저마다 주식 투자를 선택하고 있지만, 우리는 가장 잔인한 본질을 간과하고 있다. 주식 시장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몇천만 원의 손실이 스쳐가는 일이고, 다른 누군가에게 그 돈은 수익을 몇 년간 내도 만지지 못한 돈이다. 코스피 숫자는 호황을 가리킬지라도, 그 속의 청년들이 마주한 실상은 부모의 자본력이라는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비극적인 격차를 재현하고 있을 뿐이다.

신규 주식 투자자 둘 중 한 명은 청년층

지난달 26일 종가 기준 코스피 지수가 사상 8,000선을 넘어섰다. 코스피 8,000 시대를 맞아 2030 세대의 주식 시장 진입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과열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약 10만 명이었던 20대 이하 주식 투자자는 5년 만에 7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30대 투자자 역시 2배 가까이 늘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국내 중대형 증권사 세 곳의 신규 주식계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새로 개설된 계좌의 50.6%(72만 3,502명)가 10~30대 고객이었다. 신규 주식 투자자 둘 중 한 명은 청년층인 셈이다.

주식투자자 연령대별 기준. 한국경제신문 기사 사진

특히 지금의 20대는 이전 세대보다 금융 투자를 훨씬 더 이른 시기에 시작하고 있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 서베이’는 지난 3월 발행한 ‘금융 투자 트렌드 리포트 2026’을 통해 ‘지금의 20대는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이른 시기에 금융 투자를 시작한다’고 분석했다. 10~20대 초반에 투자를 시작한 비율은 30대(19.4%)보다 20대(81.4%)가 압도적으로 높다. 한때 중장년층의 전유물이었던 주식이 이제는 20대에게 보편적인 재테크가 되었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 서베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그래프.

이 같은 열풍은 정치권의 유인책과도 맞물려 있다. 최근 이재명 정부는 청년층 자산 형성을 목적으로, 청년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비과세 및 납입 한도를 대폭 상향하는 자본 시장 활용 정책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주식 투자가 청년층의 안정적인 자산 관리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온다. 이에 취재팀은 자본 시장이 정말 청년들의 안정적인 사다리가 되어주고 있는지 그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 주식 시장에 뛰어든 20대 청년 6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예·적금은 손해”… 저금리와 유행이 만든 베팅

청년들이 주식 시장으로 향한 밑바닥에는 예·적금으로는 도저히 자산을 불릴 수 없다는 공통된 인식이 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A씨는 “물가 상승률이나 금리와 비교했을 때 예·적금 금리가 너무 낮아 보였다”고 주식 선택 이유를 밝혔다. B씨 역시 “버는 돈이 적은 상황에서 매달 정기 적금을 붓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었다”고 토로했다. 미디어를 통해 단기간에 큰 수익을 얻은 사례가 반복 노출되면서, 예·적금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더 작아 보였던 것이다.

시장의 유행과 분위기도 진입 장벽을 낮췄다. 취업 준비생인 C씨는 “코로나19 시기 주식이 폭락할 때 원래 투자를 안 하던 사람들이 많이 시작하는 것을 체감하고 소액으로 투자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B도 “원래 가지고 있던 관심과 사회적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투자를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주식은 소액으로도 쉽게 진입할 수 있고, 누구나 하는 당연한 선택처럼 여겨진 것이다. 자산 형성을 위해 스스로 진입했다는 D씨와 기술 산업에 대한 관심이 투자로 이어졌다는 E씨 등 그들의 출발점은 달랐지만, 불안한 미래를 주식으로 해결하려는 목적만큼은 모두 비슷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베팅

그러나 시장이 리스크를 돌려주는 방식은 절대 공평하지 않다. E씨는 2년 전 군 복무 중 모은 250만 원으로 투자를 시작해 한때 수익이 1,000만 원을 넘어섰고 이후 큰 폭의 손실을 경험했지만 담담했다. 그는 “투자금은 내 일상과 철저히 분리되어 있어 전역 후 계획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E씨에게 주식은 잃어도 삶이 흔들리지 않는 영역에 있었다. 실제로 E는 성인이 되자마자 부모에게 주식 자금을 지원받아 70% 이상의 수익을 낸 경험이 있었다. “나로 인해 온 가족이 주식을 하고 있었다”는 말처럼, E의 투자는 가족 단위의 자본력을 배경으로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었다.

반면 취업 준비생 C씨의 사정은 달랐다. 코로나19 시기 아르바이트 비용 50만 원 중 일부로만 간신히 소액 투자를 이어오다 현재는 별도 소득이 없어 이마저도 중단했다. C는 “알바비가 있을 때도 50만 원 수준이라 투자를 많이 하기는 어려워서 소액 정도만 투자하고 나머지는 생활비로 썼다”고 말했다. 투자 규모를 정할 때도 ‘이 돈을 잃어도 일상생활에 엄청 큰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금액’으로 범위를 정했다. C씨에게 손실 가능성은 단순한 숫자가 아닌 당장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였다.

또 다른 투자자 B씨는 부족한 투자금을 메우려 돈을 빌렸다가 압박감에 시달린 사례다. 그는 “부모님께 빌린 돈을 갚고도 수익이 남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손실을 만회하거나 더 큰 수익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겼고, 그것이 지나친 욕심으로 이어졌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뒷받침할 자본이 없을수록 리스크는 청년의 일상을 흔드는 심리적 압박으로 증폭됐다.

같은 시장에서 같은 종목을 샀더라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의 차이를 만든 것은 개인의 투자 실력이 아닌 투자 이전에 존재했던 집안의 자본력이었다.

투자는 같아도, 삶은 달랐다

 심층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청년 투자자들의 현실은 결코 단일한 이미지로 묶이지 않았다. ▲가족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부모의 리스크를 삶과 분리할 수 있는 유형(E) ▲자본 없이 리스크를 온몸으로 감당하며 일상이 흔들리는 유형(B, C) ▲스스로 모은 돈으로 꾸준히 성과를 쌓아가는 유형(A, D)으로 나뉘었다.

실제 투자 결과와 삶에 미친 영향도 극명히 갈렸다. E씨는 2,000만 원에 가까운 손실을 내고도 평범히 일상을 유지했지만, B씨는 현금 전부를 주식에 넣어 늘 금전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쪼들리는 일상을 보냈다. B는 급전이 필요할 때마다 손해를 보며 주식을 정리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었다.

수익을 낸 청년도 있었다. D씨는 인턴 월급으로 350만 원의 수익을 냈고, A씨는 4년간 소액을 투자해 120만 원의 평가 수익을 유지 중이다. 그럼에도 A씨는 주식 투자 여부가 개인 자산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이러한 구조가 불공평하다고 느끼진 않냐는 물음에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다만 “그 생각에 갇혀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현재 상태에서 최대한 이익을 낼 방법에 집중하고 있다”며 씁쓸한 소신을 밝혔다.

아예 시장에서 소외된 청년도 존재한다. F씨는 “무엇보다 주식을 시작할 시드머니(초기 자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주변에서 주식을 많이 하냐는 질문에는 “나 빼고 다 하는 것 같다”며 한때 진입을 고민했으나 결국 청년도약적금 같은 안정형 자산으로 돌아섰다. 시장의 열기가 아무리 뜨거워도 초기 자본이 없는 청년에게 주식판은 그저 구경거리에 불과했다. C씨는 이 현실을 담담하게 요약했다. “진짜 자산 차이가 생기는 건 원래부터 돈이 많던 사람일 것이다. 돈이 많으면 그만큼 주식으로 더 벌고, 소액 투자자는 그만큼만 번다. 결국 자산 격차는 원래부터 있던 차이다.” 주식이 기회의 문을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오히려 자본 격차를 증명하는 렌즈였다.

자산 격차의 재현, 구조적 대안을 요구할 때

코스피 8,000 시대, 신규 주식 투자자 둘 중 한 명은 청년층이다. 20대가 주식을 시작하는 나이는 점점 앞당겨지고 있고, 그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코스피는 계속 상승할 것처럼 보이며 많은 청년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것이다. 호황이라 불리는 지금의 장에서, 주식 투자는 마치 자발적인 선택처럼 보이지만, 부동산은 처음부터 넘볼 수 없는 벽이었고 예·적금 금리는 너무 낮아 소액으로도 시작할 수 있는 선택지가 애초에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는 사실상 시장으로 내몰린 결과에 가깝다.

이에 사회학자 김진업 교수(성공회대학교 사회융합자율학부)는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개인 간의 차이가 아닌 명백한 ‘구조적 불평등’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과거의 ‘신분제’가 ‘임금노동제’를 거쳐 오늘날 ‘자산 소득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동일한 손실이 누군가에게는 감내할 수 있는 리스크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되는 비대칭성이야말로 계급적 불평등이 주식 시장을 통해 재생산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자본이 없어 리스크를 온몸으로 받아내거나 진입조차 포기한 청년들에게 주식 시장은 미래의 탈출구가 아닌 원래 있던 격차가 그대로 재현되고 심화되는 공간일 뿐이다.

정부의 자산 형성 지원 정책 역시 이 지점에서 한계를 드러낸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한도 확대 정책은 정작 시드머니가 없는 저소득 청년들을 수혜 대상에서 원천 배제한다. 김 교수는 “ISA 한도 확대는 기존 격차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며 “이 문제는 ISA 정책만으로 풀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고용 정책 없는 자산형성정책은 모래성에 불과하다”며 청년 세대 내 자산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고용 정책과 청년 투자자에 대한 별도 보호 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청년들이 불확실한 미래의 도움책으로 선택한 자본 시장은, 역설적이게도 부모의 자본력에 따른 ‘리스크 감당 능력’의 격차를 가장 적나라하게 증명하는 문턱으로 기능하고 있다. 결국 코스피 8,000 시대는 모두가 같이 겪는 축제처럼 보이지만, 출발선도 마주한 삶의 무게도 전혀 다르다. 청년들이 미래의 대안으로 선택한 자본 시장이 또 다른 절망의 공간이 되지 않도록, 이제는 국가와 사회가 구조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취재 ㅣ고은수, 윤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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