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20대의 생존 전략: 뉴스요? 안 보는데요… 근데 그거 짤로 봤어요
R

2025년 06월12일.

“뉴스요? 안보는데요… 근데 짤로 봤어요”

우연한 정보의 시대, 20대는 어떻게 생존하는가

202213076 최유리 🕓 2025.06.17

 

더 이상 종이책과 아날로그 신문을 들여다보는 풍경은 낯설다. 학교 수업 자료부터 최신 정보까지, 모든 것이 손 안의 아이패드와 스마트폰으로 수렴된다. 이 작은 화면 속에서 긴 뉴스는 간결한 문장으로 축약되었고, 이제는 텍스트의 형태마저 버리고 시사 밈, 숏폼 영상, 출처 불분명한 요약 트윗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우리가 알던 뉴스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정보’로서 다가오고 있을까.

뉴스는 안 보지만, 짤은 본다.
지금 20대의 정보 소비는 그렇게 이뤄지고 있다.

민지(가명, 23세 직장인)씨는 매일 아침, 인스타그램 릴스를 넘기며 하루를 시작한다. 뉴스 앱은 열어본 기억이 없다. 대신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짧고 웃긴 영상들이 피드에 쏟아진다. 민지 씨는 “최근에 본 건 SNL 풍자 영상이에요. 정치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건 재밌어서 끝까지 봤어요. 회사 사람들이랑 얘기하다가 그 장면이 나와서 깔깔 웃었죠”라고 말했다.

 

 

(출처: 인스타그램 @chammaltv, 「[릴스 영상] ‘정치인 손병호 게임’ 패러디」, https://www.instagram.com/reel/DJwybNYzdam/  (접근일: 2025.06.17)

 

 

그녀가 본 영상은 이재명과 김문수를 풍자한 SNL 클립으로, 정치인의 전과나 논란을 유머로 노출하는 손병호 게임 콘셉트였다. 민지 씨는 이 영상을 보고 “그냥 웃긴 영상인데, 대충 누가 어떤 문제 있었는지는 알겠더라고요”라면서도, “근데 이것도 뉴스인가요?”라고 되물었다.

 

민지 씨가 기억하는 또 다른 콘텐츠는 ‘누가 케이크를 훔쳤는가’ 밈을 활용한 릴스였다.

이 밈은 “Who stole the cookie from the cookie jar?”라는 어린이 게임에서 유래한 포맷으로, 등장인물이 차례로 지목되며 “내가 아니야” 또는 “맞아”라고 반응하는 형식을 반복한다. 틱톡과 릴스 등 짧은 영상 플랫폼에서 유행했고, 단순한 놀이를 넘어 사회 풍자형 밈 콘텐츠로까지 확장되었다.

 

이번에 민지 씨가 본 영상은 그 구조를 정치에 응용한 사례였다.
총선 후보자들이 순서대로 등장하고, 각 인물 위로 “사기 전과 ○회”, “재판 진행 중” 같은 자막이 붙는 형식이었다. 짧은 음악과 빠른 템포의 편집 속에서 정치인의 정보를 유머 코드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출처: 인스타그램 @yoel____________, 「[릴스 영상] 대선 후보 풍자 밈 콘텐츠」, https://www.instagram.com/reel/DKMqOfXIe7k/ (접근일: 2025.06.17))

 

 

“그 영상 봤어요. 너무 웃겼어요. 근데 생각해보니까, 그거 하나로 후보들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민지 씨는 영상을 웃으며 소비했지만, 그 안에서 어느새 ‘정치적 정보’를 접하고 있었다. 이 영상의 조회수는 61만 회, 좋아요 수 1.1만, 공유는 3.2만에 달했고, 제작자는 팔로워 79명의 일반 개인 계정이었다.

민지 씨는 이재명의 재판 상황을 쿵푸팬더 장면에 자막을 입혀 풍자한 릴스도 봤다고 했다. “그것도 진짜 웃겼어요. 상황이랑 너무 잘 맞아서요.”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149만 회, 공유 4.1만, 좋아요 8천 개를 넘겼고, 역시 제작자는 팔로워 1천 명 남짓의 개인 계정이었다.

민지 씨는 “사실 누가 만든 영상인지는 잘 몰라요. 신경도 안 써요. 그냥 뜨니까 본 거고, 재밌으면 끝이죠”라고 말했다. 그녀에게 정보의 신뢰성이나 출처는 중요하지 않았다.

 

 

 

 

 

알고리즘이 물어다 준 뉴스: 기사보다 빠른, 이름 없는 글

미진(가명, 21세 대학생) 씨는 매일 트위터에 접속한다. 아이돌 정보를 보기 위해서라고 했다. 새로운 직캠 영상, 팬싸 후기, 스케줄 공지가 실시간으로 타임라인에 쏟아진다. 그런데 그 사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뉴스형 게시물들이 있다고 말했다.

 

 

미진 씨는 “그날도 그냥 아이돌 트윗 보려고 들어간 건데, 갑자기 정책 관련 트윗이 딱 떠 있더라고요. 어떤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냈다더라… 이런 식으로요”라고 말했다.

해당 트윗은 누군가의 개인 계정에서 작성된 짧은 요약글이었고, 기사 링크도 출처도 없었다. “이 사람 이랬대요”라는 말투에 캡처 이미지 하나가 붙어 있었다. 미진 씨는 “누가 쓴 건지도 모르는데,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그 트윗을 뉴스로 인식하지 않았지만, 내용은 머리에 남았다고 했다. “진짜 기사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는데, 친구한테 말하긴 했어요. 누가 이거 없앤다고 했다더라… 이런 식으로요.” 미진 씨는 “보려고 본 건 아니에요. 그냥 보게 되는 거죠”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미진 씨는 정보의 속도 또한 트위터를 사용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비상계엄이 터졌을 때나 지진 같은 재난 문자를 받았을 때 제일 먼저 확인하는 건 트위터예요. 사람들 반응 보면 나만 받은 문자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금방 파악돼요.”

인터넷 언론보다 빠르게 올라오는 실시간 반응과 언론사 트위터 계정 업데이트가 그녀에겐 뉴스보다 먼저다.

 

 

미진 씨와 비슷한 맥락으로, 디시인사이드 이용자 민준(가명, 24세) 씨도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는 요즘 뉴스를 디시인사이드 ‘중도정치갤러리(중갤)’를 통해 접한다고 말했다. 뉴스 앱은 따로 열지 않는다.

민준 씨는 “이슈가 터지면 중갤에 먼저 올라오니까요. 속도는 빠르죠”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모든 정보를 믿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짤방이나 요약글은 많은데, 진짜 정보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사실 확인 없이 보면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기억에 남는 이슈를 묻자 “딱히 없어요”라고 답했다.

민준 씨는 “요즘은 정보가 너무 쉽게 소비돼요. 그래서 더 의심하고 조심하게 돼요”라고 말했다. 그는 뉴스를 무작정 믿지 않는다. 오히려 뉴스의 신뢰 부족 때문에, ‘더 깊이 봐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고 했다.

“기사를 읽다가도 ‘이게 맞는 건가?’ 싶어요. 그래서 여러 게시물이나 출처를 비교해요.”

 

 

 

 

읽는 것보다, 듣고 보는 3분 뉴스

출처: 스브스 공식 유튜브 채널

출처: 스브스뉴스 공식 유튜브 채널, 「이준석 샤워(?) 논쟁 #대선토론」 쇼츠 영상 캡처

 

지윤(가명, 23세 대학생)씨는 뉴스에 무관심한 편은 아니다 오히려 “알아야 할 필요성”을 자주 느낀다고 말했다. 미디어를 전공하다 보니 수업 시간마다 시사 이슈가 언급되고, “모르면 민망한 상황”도 잦다고 했다.

 

지윤 씨는 “교수님이 수업 중간에 시사 뉴스 예시로 던지세요. 대선 이야기라든가, 방심위 이슈 같은 거요. 그런 흐름은 따라가야 하니까 저도 찾아보긴 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가 말하는 ‘찾아본다’는 행위는 기사를 검색해 읽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 영상 시청을 의미했다. 스브스뉴스, 크랩 등 채널을 통해 요약된 시사 정보를 소비하는 식이다. 지윤 씨는 “읽는 건 너무 느려요. 영상은 말도 해주고 자막도 나오니까 더 빨라요”라고 설명했다.

 

지윤 씨는 논란이 된 발언, 판결 요약, 공약 정리처럼 복잡한 주제를 3~4분 안에 정리해주는 숏폼 콘텐츠를 선호한다. “스브스 뉴스 같은 데서 사건 한 번에 정리해주면 ‘아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끝이에요. 따로 기사까지 찾아보진 않아요.”

그녀에게 뉴스는 빠르게 핵심만 확인하고 지나가는 ‘스캔용 자료’에 가깝다.

 

지윤 씨는 “기사요? 너무 길고, 말도 어렵고… 그냥 누가 쉽게 말해주는 게 좋아요“라고 덧붙였다. “솔직히 기사 자체는 안 읽어요. 수업 때문에 뭔지 알기만 하면 돼요.”

 

 

 

 

 

20대들이 뉴스를 직접 보지 않는 이유

공통적으로 “왜 뉴스를 직접 보지 않느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비슷했다.

민지 씨는 “바빠 죽겠는데 언제 긴 기사를 읽어요? 뉴스 앱 켤 여유도 없어요”라고 말했다. 미진 씨는 “관심 있는 주제 아니면 클릭도 안 해요. 너무 길면 읽다가 지쳐요”라고 답했다. 지윤 씨는 “읽는 것보다 영상이 훨씬 빨라요. 텍스트는 부담스러워요”라고 말했다.

 

이들은 뉴스 기사를 직접 읽는 것보다는 SNS 타임라인에서 ‘우연히 흘러든’ 밈, 요약글, 숏폼 영상으로 정보 욕구를 충족하는 데 익숙하다고 밝혔다.

 

정보의 흐름에서 뒤처질까 불안하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민지 씨는 “솔직히 크게 불안하진 않아요. 어차피 친구들이나 회사 사람들이랑 얘기하다가 모르면 그때 찾아보면 되니까요”라고 말했다. 미진 씨는 “불안하긴 한데, 다들 저와 비슷하게 숏츠나 트윗 글로 보는 것 같고 뉴스 이야기 잘 안 해서 괜찮아요”라고 답했다.

반면 민준 씨는 “정보가 너무 쉽게 소비되니까 오히려 더 의심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짜 정보인지는 잘 모르겠으니까요”라며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20대에게 뉴스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
‘읽지 않는 시대’의 저널리즘을 묻다

지금의 20대는 뉴스를 ‘안 보는’ 세대가 아니다.

그들은 변형된 방식으로, 더 짧게, 더 가볍게, 더 무심하게 뉴스를 지나친다. 텍스트 뉴스는 어렵고 길고 부담스럽다. 대신 숏폼 영상, 요약 밈, 릴스 하나에 담긴 풍자 한 줄에서 정보를 얻는다. 이들에게 뉴스는 더 이상 ‘찾아 읽는 것’이 아니라, 스크롤 속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것’이 되어버렸다.

 

문제는 이들이 이 간극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준(가명) 씨는 “정보가 너무 쉽게 소비돼서 오히려 불안하다”고 말했고, 미진 씨는 “누가 쓴 건지 모르지만 그냥 넘긴다”고 했다. 그들은 웃으며 콘텐츠를 소비하지만, 그 안에서 ‘신뢰할 수 없는 정보’를 걸러내야 하는 피로감을 안고 있었다.

 

성공회대 김서중 교수는 “결론만 소비하는 콘텐츠는 판단력 저하와 왜곡 수용, 극단주의를 부추길 수 있다”며 “이 구조는 청년 개인의 문제가 아닌, 기술·상업주의·성과주의로 밀어붙이는 사회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여전히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뉴스는 어떻게 다시, ‘읽히는 것’이 될 수 있을까.
밈과 숏폼, 릴스로 흘러가는 시대 속에서 언론은 과연 정보를 ‘쉽게’ 줄 것이냐, ‘깊이 있게’ 줄 것이냐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선택할 것인가.

 

뉴스를 만든다는 것은 단지 정보를 던지는 일이 아니라,
정보가 ‘닿게’ 하는 일이어야 한다.
그 고민을 시작하는 곳에,
지금 뉴스가 놓인 가장 중요한 교차점이 있다.

[최종] ‘멀티 페르소나’가 기본값이 된 시대, 당신의 부캐는 어디에 있나요?

[최종] ‘멀티 페르소나’가 기본값이 된 시대, 당신의 부캐는 어디에 있나요?

202211072 봉주연   “대학교에선 아는 사람도 없는데, 트위터에선 만 명이 제 말에 하트를 눌러요.” 23세 대학생 박영신(가명) 씨는 트위터에 네 개의 계정을 운영한다. 그중 두 개는 비공개 계정이고, 나머지 두 개는 공개 계정이다. “이 계정은 원래 제가 좋아하는 아이돌 얘기를 올리려고 만든 거였어요. 팬들이 하나둘씩 팔로우하다 보니 만 명 가까이 모이게 됐죠.” 만 명 이상이 보는 계정에서는 조심스럽게 쓰는 글이 많지만, 비공개 계정에서는 조금 더 솔직한...

read more
[최종] 디지털 문턱을 넘으려는 사람들 – 배움이 삶의 ‘확장’이 되려면

[최종] 디지털 문턱을 넘으려는 사람들 – 배움이 삶의 ‘확장’이 되려면

낯선 세계에 발을 들여놓다 “요즘에는 서울역에 일찍 가도 기차 타기가 힘들어. 아들이 뭘 깔아줬는데, 어려워서 들어가보지도 못해. 학생들은 다 인터넷으로 한다면서. 나는 처음 알았어.”” 박만복(가명) 할아버지는 지난달 처음 스마트폰으로 KTX를 예매했다. 디지털교육 홍보지를 보고 우연히 들어선 스마트 구로 홍보관. 1:1 수업을 받은 지 한 달, 이제는 질문도 하고, 반복 학습의 중요성도 알고 있다. “재미있어. 잘 안 하던 걸 배우니까 계속 오고 싶지.” 이들이 디지털...

read more
[최종]챗GPT 활용도 능력, 레포트도 발표도 달라진다.

[최종]챗GPT 활용도 능력, 레포트도 발표도 달라진다.

  “계속 사용한다면 제가 그것에 휘둘릴 까봐 걱정돼요.” 2022년 11월, 미국의 OpenAI사에서 출시한 생성형AI인 ChatGPT는 전세계적으로 큰 파란을 일으켰다. 채팅의 형태로 진행되어 누구나 쉽게 질문을 입력하면 원하는 정보를 출력해주며, 사용자의 성향에 맞춰 계속해서 학습해가며 스스로 진화를 한다. 높은 접근성과 쉬운 난이도, 이에 비교하여 높은 수준의 답변을 출력해주는 Chat GPT는 교육현장을 포함한 많은 사회 분야에 빠르게 파고 들었다. 어떤...

read more
[최종] 10% 벽 넘지 못한 ‘해로운 정치’, 이준석은 왜 실패했나

[최종] 10% 벽 넘지 못한 ‘해로운 정치’, 이준석은 왜 실패했나

△지난 5월 27일, 이준석 당시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3차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선은 끝났지만 이준석을 둘러싼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이준석의 의원직 제명 청원에는 60만 명에 가까운 시민이 동의했다. 단순한 낙선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이번 대선에서 혐오와 갈라치기를 자산으로 삼으려던 이준석의 정치 전략이 실패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준석의 정치 전략의 성패를 가를 분기점은 ‘득표율 10%’ 였다. 선거비용을 돌려받기 위한 최소...

read more
[최종]SK 최태원, 제대로 무릎 꿇었어야

[최종]SK 최태원, 제대로 무릎 꿇었어야

위기 관리 이론으로 본 SK텔레콤 해킹 사태                       ‘SKT 해킹 사태’의 충격이 여전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온라인 서점 ‘Yes24’의 해킹 소식이 들려왔다. ‘Yes24’는 접속 장애가 시작된 9일에는 사실을 부인하다, 이틀 뒤인 11일에야 뒤늦게 해킹 사실을 인정했다. 나흘간 ‘침묵’했던 SK텔레콤의 대처가 겹쳐 보인다. 여전히 진전이 없는 ‘SKT 해킹 사태’, 전문가에게 어떤 취약점이 있었고 개선...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