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2] 파인애플 패션? 지구: 아임 파인,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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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6월17일.

가득 찬 옷장, 텅빈 지구… 제로 패션, 지속가능성을 꺼내다

 

[해결책1: 개인이 비건소재 알기]

20대 대학생 이 씨(25세)는 “비건패션이 곧 친환경 패션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면서 “요즘 사람들이 옷을 구매할 때 가격과 트렌드 같은 단기적 요소뿐만이 아니라, 평생오래 입을 수 있는지와 같은 ‘장기적’ 요소도 같이 고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가격이 비싸긴 해도, 여러벌 사는 것보다 친환경적인 옷 한 벌 사는 게 환경적으로 의미있다는 이유이다. 이 씨는 “패스트패션의 문제를 몸소 실감하고 있다”면서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제로패션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지 않을까요? 친환경 소비에 관심이 많은 2030세대에게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친환경 소재인지 아닌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비건 소재는 친환경인 것일까? 동물가죽이 아니라면 친환경적인 걸까? 넓은 의미로 친환경 패션을 의미하긴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비건 패션에 사용되는 소재는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가 분류한 기준을 따르는데, 비건패션에서는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 식물이나 합성 소재(인조가죽)를 사용한다. 동물 보호와 생명 존중의 가치가 두드러지는 소비자들에게는 중요한 구매결정요소이긴 하지만, 비건이라는 것이 반드시 친환경적인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비건 소재는 유기농 면, 마, 해조류 섬유 등 순수 식물로 만든 친환경 소재와/ 폴리에스테르, 재활용 플라스틱 섬유,인조모피, 인조가죽으로 나뉜다. 자연사한 동물이나 식용으로 도축된 동물가죽과 털도 비건으로 분류된다.

유기농 면, 마, 해조류 섬유는 비건소재이면서 친환경 소재이다. 옥수수로 만든 플라스틱 소재(PLA)는 의류분야에서 실크 같은 광택감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매립 시 자연분해까지 3개월~1년 정도의 적은 시간이 소요되어 환경호르몬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대표적 합성 섬유 중 하나인 폴리에스테르가 의류에 사용되는 소재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저렴하고 내구성이 높지만 생산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분해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의류 산업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면 섬유보다 약 3배에 달하는 탄소를 배출하고, 많은 양의 미세플라스틱을 방출하기 때문에 토양/수질오염을 일으킨다.

대부분 비건가죽은 동물가죽이 아닌 인조가죽을 말하며 역시 친환경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그린워싱이라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동물가죽뿐만 아니라 인조가죽을 대체하는 순 식물성 소재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석유계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에스테르나 폴리우레탄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다양하고 혁신적인 지속가능 소재가 개발되고 있다. 윤리적이며 환경친화적인 생분해성 대체가죽제품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파인애플 껍질로 만든 피나텍스가 대표적 비건가죽이다. 단단한 껍질에 비해 무게는 동물 가죽의 1/4밖에 되지 않을만큼 가볍다. 따라서 의류 소각 및 매립과정에서 환경파괴를 전혀 일으키지 않는다.

선인장으로 만든 가죽인 데세르토는, 섬유질이 풍부하고 질겨서 신발에 활용된다. 밭에서 수확한 선인장을 분말로 만들고, 섬유화에 필요한 재료를 섞어 압축하면 완성되는 친환경 비건 가죽소재다.

버섯으로 만든 볼트 쓰레드 가죽도 있다. 옥수수 줄기 위에 버섯 균사체를 배양한 후 이를 압축하는 형식이며 원하는 밀도와 질감을 조절하기 쉽다고 한다. 2020년 10월 스텔라 맥카트니, 아디다스 등 유명 브랜드와 함꼐 제품 상용화에 나섰다. 비건레더 시장에 진입하는 신생 기업의 수 역시 증가하고 있다. ‘폴리비온(Polybion)’은 썩은 과일이나 과일껍질 같은 농산물 및 음식 쓰레기를 원료로 한 새로운 비건레더 ‘셀리움(Celium)’을 출시했다.

반면 논비건 소재는 모피, 양털, 캐시미어, 실크 등을 포함한다. 베지터블 가죽(Vegetable Tanned Leather)은 소가죽을 무두질하는 과정에 식물원료가 사용됐을 뿐, 실제로는 소가죽인 것이다. 이름과는 달리 식물로 만든 가죽이 아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섬유패션정책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패션 기업의 ESG 경영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5%가 환경(E)를 택했으며, ESG 경영을 통해 ‘기후 위기 대응’, ‘미세플라스틱 저감’, ‘친환경 공정 개발’ 등의 개선을 희망한다는 답변이 있었다. 이러한 흐름을 실천하는 다양한 기업의 사례가 있다.

Lar은 비건 소재를 완전히 적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신발,가방,액세서리 등에서 재활용 소재와 지속가능한 패션생산 방식을 도입하고 있는 브랜드다. 국내 폐페트병과 자투리 소가죽을 재활용해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호다코바는 지속가능함을 예술로 승화한 패션브랜드이다. 일반적으로 업사이클링의 재료가 되는 물건은 원래 목적과 형태를 잃고 아예 다른 물건이 된다. 그러나 호다코바의 업사이클링 패션은 재활용 방식에 더 가깝다. 버려진 벨트,속옷,서류가방, 소파가죽 등 쓸모를 다한 잡화가 본 형태 그대로 활용된다.

프라이탁은 모두 한 번 사용된 적이 있는 방수천 또는 100% 재활용 페트병과 같은 재료를 가방으로 재활용하는 브랜드로, SWAP(Shopping Without Any Payment)이라는 교환 시스템이 있다. 교환을 원하는 프라이탁 가방 소유자들을 연결해주는 중개시스템으로 새가방이나 중고가방으로 바꿀 수 있다. 제품수명을 연장하고 자연순환에 기여한다.

 

[해결책2: 정부정책 필요]

최근 중고 시장이 활성화되어지면서 개인이 안 입는 옷을 처리하고 있기도 하지만 한계가 있다. 대표적으로 ‘코너마켓’과‘ ‘리클’은 수거한 옷을 판매하는 서비스이다. 하지만 취급 의류의 통과 기준이 불분명하고 수거 의류 처리 과정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등의 특징이 있다.

한편 패스트 패션에서 의류소비속도가 가속화되어지는 문제의 원인이 중고시장이라는 관점이 있다. ‘테무’를 자주 이용하는 최 씨(48세)는 “저렴한 가격으로 옷을 구매할 때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이더라도 당근마켓과 같은 중고거래를 통해 팔면 되겠다고 생각한 적이 많아서 과소비를 하게 된다. 평소 ‘차란’이라는 옷장정리 판매앱도 많이 사용하는데 옷의 사이즈를 가늠하기 어려워 다시 반품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ACTA(Austrailian Circular Textile Association)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만들어진 모든 의류의 약 30%가 판매되지 않고 폐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창고에 의류를 보관하는 비용보다 소각처리비용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재고 소각 후 회계상 손실로 처리하면 세금 절감이 가능하다.

선진국에서는 의류 재고폐기 규제를 통해 의류 폐기물을 관리하고 있다. EU에코디자인규정에서는 ‘무분별한 재고처리 규제’ 조항을 통해 판매되지 않는 제품을 폐기하는 기업은 연간 폐기제품의 양을 공개하고 폐기에 대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의류 폐기물이 순환자원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의류 재고를 자원순환기본법 상 폐기물로 포함시켜야 한다. 또한 자원순환기본법에서 사업자의 책무에 ‘재고폐기 금지’를 포함함으로써 사업자가 생산량을 더 엄격하게 관리하고, 재고폐기물을 재사용·재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환경에 해가 제로인 ‘제로패선’의 시대가 열릴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개인이 옷을 선택할 때는 비건 소재를 구분할 줄 알며, 비건이라는 것이 반드시 친환경 소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친환경 패션인지 동물복지 패션인지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옷을 구매하는 것이 너무 쉬워서는 안된다. 친환경 제품을 여러 개 사는 것도 가죽 제품 한 개를 구매하는 것만큼이나 환경적으로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어떻게 생산된 것인지 신중하게 알아보고 구매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Lar, 호다코바,프라이탁 브랜드와 같은 지속가능성을 조금이나마 실천하는 기업의 사례는 패션 업계의 변화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제로패션을 이끌게 될 것이다.

 

보도기자| 한은우

[참고자료]

– “패션 산업의 위기? 의류 폐기물과 지속 가능성의 진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2024.10.29

-“비건패션의 첫걸음! 환경도 내 피부도 생각하는 친환경 의류소재 환경보호 이야기” 그린스토리,한국환경산업기술원 2020.06.26

– “말로는 친환경, 실상은 다른 비건 가죽! ” 그리니움 2021.08.18

-김남희,박선희. “대안 전략으로의 비건 패션 브랜드 현황.” 한국패션디자인학회지 18.4 (2018): 17-33.

-생산된 의류 30%가 그냥 소각·매립되고 있다/중기이코노미 채민선기자. 2023.07.17

https://www.junggi.co.kr/article/articleView.html?no=30744

-김다빈,정도이,조문정,정혜욱. “Z세대의 의류 폐기물 최소화와 효율적 재이용을 위한 서비스 제안.” 한국디자인학회 학술발표대회 논문집 2022.11 (2022): 23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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