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7일, 이준석 당시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3차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선은 끝났지만 이준석을 둘러싼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이준석의 의원직 제명 청원에는 60만 명에 가까운 시민이 동의했다. 단순한 낙선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이번 대선에서 혐오와 갈라치기를 자산으로 삼으려던 이준석의 정치 전략이 실패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준석의 정치 전략의 성패를 가를 분기점은 ‘득표율 10%’ 였다. 선거비용을 돌려받기 위한 최소 득표율이었고, 단일화 압박을 피할 정치적 명분이었다. 여론조사 ‘깜깜이’ 기간 직전까지 이준석의 지지율은 10% 언저리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종결과는 달랐다. 한국갤럽의 5월 24일~25일 조사 결과 35%였던 김문수 당시 국민의힘 후보는 41%로 상승했지만, 한때 11% 지지율을 기록했던 이준석은 결국 8.34%에 머물렀다. 두 번째 ‘동탄의 기적’을 기대했던 이준석의 첫 대선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제3지대 후보로서 10%의 지지율을 얻으며 체급을 키워나가는 듯 보였으나, 갈라치기와 혐오를 일삼으며 결국 막바지에 지지자들을 잃은 것이다. 이준석의 혐오 프레임의 재생산은 대선 토론 내내 반복됐다. 그가 보여준 ‘혐오 정치’의 순간을 돌아봤다.
극우 논리 답습하는 ‘혐오 프레임’
이준석의 선거 전략은 시작부터 분열의 정치였다. 첫 대선 토론에서 그는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셰셰’ 발언, 풍력발전의 중국 의존도 지적, 친중 프레임 씌우기까지 색깔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이 흐름은 이미 12.3 비상계엄 이후 극우 세력 내부에서 소진된 논리를 반복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혐중 프레임은 강성 지지층 내부에서는 반향을 얻었지만, 대중 전체를 설득하기에는 구조적으로 취약했다. 미국과 대중 외교에서 격렬한 진영논리가 통하던 시기에 머문 듯한 모습이었다. 단순한 반중 선동보다는 외교적 실리를 따지는 방향을 제시하면서 혐오를 배격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
이남주 성공회대 중어중국학전공 교수는 “혐오 감정을 동원하는 정치는 결국 스스로를 소진시킨다”고 지적했다. 혐오는 팬덤을 만들 수 없다. 순간적인 이슈를 던져 분노를 모을 수는 있지만, 지지를 확장하거나 지탱하는 기반이 되지는 못한다. 이 교수는 이어 “A를 혐오한다고 해서 A에 머물지 않는다. 혐오의 메커니즘은 결국 다음 혐오 대상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고 확산된다. 그렇게 공동체 내 불신과 적대가 누적되면서 정치적 기반도 파괴된다”고 설명했다.
‘전장연·동덕여대’ 사태 본질 왜곡하고 편견 부추겨
이준석은 대선 토론에서 장애인 이동권 시위와 동덕여대 시위를 ‘폭력 사태’로 규정하며 문제의 본질을 의도적으로 지워버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지하철 시위에서 요구한 것은 지하철 이동권, 즉 ‘이동할 권리’였고, 동덕여대 시위는 학교 측의 일방적 의사결정에 대한 학생들의 항의였다. 그러나 이준석은 이들을 사회 질서를 어지럽힌 폭력 세력으로 표현하면서 갈등과 편견을 부추겼다.
오유석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소수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절차를 몰라서가 아니라, 기존 제도가 응답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준석의 전략은 결국 기득권 시선을 대변하며 약자의 발언권을 억누르는 정치”라고 평가했다. 박경태 성공회대 사회학전공 교수 역시 “결과만 문제 삼는 태도는 구조적 불평등 해소를 어렵게 만들고, 약자 간 연대마저 분열시킨다”고 지적했다.
경제 몰이해에서 나온 ‘최저임금 차별’ 정책
경제 공약에서도 패착은 반복됐다. 이준석은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등 적용, 지역별 임금 차등제를 제안하며 노동 시장 유연화를 주장했다. 겉으로는 기업 유치와 지방 활성화를 내세웠지만, 지역별 격차와 외국인 차별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한국처럼 전국이 사실상 단일 생활권인 사회에서 지역별 임금에 차등을 두게 되면 오히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준석은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경제를 모른다’는 식으로 공격했지만, 경제에 대한 몰이해는 오히려 이준석 자신의 정책에서 두드러졌다.
이준석은 연방국가인 미국이 최저임금을 주마다 다르게 적용한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역시도 연방 최저임금을 따르고 있어 이준석의 ‘지역별 임금 차등제’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권영국 당시 민주노동당 후보도 “미국과 한국은 다르다. 일본도 축소하는 추세”라고 반박했다. 권 후보는 이같은 이준석의 주장이 근로기준법 위반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위반된다고도 지적했다. 국제노동기구 협약은 출신국을 이유로 고용, 직업 기회의 차별을 금지하고 모든 임금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 제도 수립을 규정하고 있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다
지지율 폭락 부른 ‘대국민 성희롱’
결정적 패착은 3차 TV토론에서 발생했다. 이준석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행위를 묘사하며 권영국 후보에게 “….이게 여성혐오입니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성폭력 행위를 노골적으로 입에 담은 이준석은 성폭력 이슈를 정치적인 공격의 도구로 이용해 ‘언어 성폭력’을 자행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권영국 후보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상대방을 공격할 때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도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전공 교수는 “이준석 후보는 젠더 이슈를 성평등 논의가 아닌 특정 후보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삼았다”며 “권영국 후보의 입을 빌려 공격하려 한 것은 정당하지 못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남주 교수 역시 “비판과 혐오는 명확히 구분되어야 하며, 건설적 비판이 아닌 혐오 정서를 활용하는 것은 공론장에 해악을 끼친다”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 이후 이준석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로 주저앉았다. 여론조사 결과 예상됐던 득표율 10%를 지키지 못했고, 최종 득표율은 8.34%에 그쳤다. 국민적인 공분을 산 ‘여성혐오’ 발언이 20~30대 여성뿐 아니라 기존 지지층까지 등을 돌리게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준석은 자신의 정치 이력에 스스로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다.
‘이준석식’ 정치, 혐오의 한계를 증명하다

이준석은 스스로 ‘새로운 보수의 대안’을 자처했지만, 이번 대선을 통해 그 한계가 분명히 드러났다. 지상파 3사 공동 출구조사 결과, 이준석은 20대 이하 남성으로부터 37.2%의 지지를 얻었으나, 그 외 연령층과 성별에서는 의미 있는 확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혐오와 갈라치기를 핵심 전략으로 삼은 이준석의 정치는 단기적 주목은 끌어냈지만, 기존 지지세력에서 나아가 지지 기반을 안정적으로 확장하는 데는 실패했다.
‘혐오 정치’는 특정 지지층의 일시적인 결집 효과를 만들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공동체 내부의 신뢰를 파괴하고 결국 정치적 기반까지 허물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이번 대선 결과는 이같은 ‘이준석식’ 혐오 정치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특정 이슈에 대한 과도한 왜곡과 적대적 프레임 설정은 오히려 중도층과 잠재적 지지층을 이탈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소수자, 약자, 외국인 등 사회적 소수집단을 겨냥한 차별적 발언과 정책들은 정치인으로서의 자격에 대한 실점으로 작용했다.
혐오에 가담한 정치는 지지층을 확장하는 것은 물론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준석의 첫 대선 도전은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로 남게 됐다.
취재 | 김서린, 남윤서, 안치윤, 유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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