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해지 통보 속에 커지는 불안
사모펀드가 홈플러스를 뜯어먹는 사이, 수많은 노동자와 소상공인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홈플러스가 기존 17개 지점 계약해지에 이어 10개 지점에 추가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현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 위기의 그림자는 홈플러스에서 직접 일하는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홈플러스에 상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매장 내 공간을 임대하여 장사하는 입점업체 소상공인들에게까지 깊게 드리워져 있다.
안수용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 지부장은 지난 9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확산되는 현장의 불안감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계약 해지 통보로 인해 노동자들이 느끼는 막막함과 불안감을 설명했다.
“요즘은 많이 불안해들 하시죠. 특히나 지금 이제 임대료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임대료 삭감에 대해서 협상하고 있는데 안 되면 계약 해지 통보를 막 날리는 거예요. 그 점포에 있는 우리 직원들은 계약 해지=폐점이구나. 그럼 나는 어디로 가지? 나는 여기서 정년도 맞이 못하고 쫓겨나야 되나? (다른 지점으로 옮길 수 있다면) 그곳에 가면 그곳은 안전한가? 또 계약 해지되거나 폐점하면 또 옮겨가야 되나? 그럼 나는 퇴직할 때까지 평생 떠돌이 생활만 해야 하나? 그냥 직장을 나가야 되나? 이런 얘기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러한 고용 불안과 더불어, MBK 파트너스 인수 이후 단행된 대규모 인력 감축은 남은 노동자들에게 극심한 노동 강도 증가라는 또 다른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고 안 지부장은 지적했다. 특히 외주 업체와의 계약 해지 방식으로 진행된 인력 감축으로 인해 남은 직원들이 그 업무를 떠맡게 됐다고 설명하며 “매장에서 직원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고용도, 생계도, 지역도 흔들린다
현재 홈플러스의 상황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은 직영 노동자뿐만이 아니다. 홈플러스를 중심으로 생계를 유지해 온 다양한 노동자와 소상공인들 역시 큰 타격을 맞고 있다. 안 지부장은 “홈플러스가 단순한 마트가 아닌 지역사회의 ‘경제 공동체’ 역할을 해왔다”며, 이곳의 위기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존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천에서 만난 한 떡볶이집 사장님의 이야기를 전하며 대형마트 폐점이 지역 상권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설명했다.. 홈플러스가 만들어질 때부터 20년간 그곳에서 장사했다는 이 사장님은 “홈플러스 덕분에 고객 유동성이 많아 장사가 잘 되었지만, 홈플러스가 문을 닫으면 주변 가게들까지 모두 타격을 입는다”고 토로했다. 안 지부장은 이처럼 홈플러스의 위기가 지역 경제 전체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상황 역시 심각했다. 시식 코너 직원이나 매대 정리 직원 등 홈플러스 내에서 일하는 다양한 형태의 협력 노동자들 또한 일자리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안 지부장은 “홈플러스가 회생 계획에 들어가며 납품 대금 지급이 중단되면서, 협력업체들의 납품도 중지되었고, 이로 인해 다수의 협력업체들이 물품을 제때 납품하지 못하게 되며 협력업체 직원들은 권고 사직을 당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가 처음 생기던 시기부터 20년 이상 함께 일해 온 협력업체도 예외는 아니었다. 안 지부장은 “지금 많은 분들이 저희 눈에서 없어졌어요”라고 덧붙여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안 지부장은 “홈플러스가 회생되어 다시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협력업체 직원의 편지 내용을 언급하며 이들의 간절한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홈플러스 내의 온라인 배송 노동자들은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이들은 처음 업무를 시작할 때 냉동/냉장 설비가 된 특수 차량을 직접 구매해야 한다. 이 비용만 3천만원이 넘는다. 그러나 이들이 계약 해지와 폐점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면 어떤 보호도 받을 수 없다. 안 지부장은 “(배송 노동자들은) 퇴직금이고 뭐고 없다. 어떠한 것도 없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 2~3천 돈을 빚내 차량을 마련했지만, 이 빚을 그대로 껴안고 일터에서 밀려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특수 차량이 다른 업종에서 사용하기 어렵고, 동종 업계 역시 진입 장벽이 높아 사실상 재취업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홈플러스가 폐점할 경우 온라인 배송 노동자들이 “완전히 그냥 길거리로 쫓겨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며, 노동자들에게 고통이 가중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MBK는 1조 투자 약속을 이행하라
“ 결국은 홈플러스가 지속 가능하게 가기 위해서는 제가 볼 때, MBK 김병주가 원래 홈플러스 사면서 약속했던 1조 투자를 그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홈플러스를 이렇게 만든 건 결국 김병주가 MBK가 이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서 끊임없이 알짜 매장들 매각하고 지금 현 상태를 만들어 왔기 때문인데, 그래서 이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재를 출연하든 뭘 하든 정상화시켜라 이렇게 저희가 지금 요구를 하는..”
안 지부장은 “2023년부터 적자이긴 했지만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고, 전국에 342개가 있는 익스프레스 소형 매장만 해도 연간 1조 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였다”며 “기업 회생을 신청할 단계가 아님에도 MBK가 이를 강행해 성장 가능성을 스스로 막고, 홈플러스를 현재의 위기 상황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MBK가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그 약속의 이행이야말로 홈플러스 정상화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입점 점주들의 깊어지는 고통
계약 해지로 인한 피해는 점포 규모에 따라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며, 특히 일산점의 경우 대부분의 점포가 최소 2억 원에서 많게는 8억 원까지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계약 해지 시 투자금 전액을 잃게 되는 치명적인 손실을 입게 된다. 이는 전 재산을 투자한 점주들에게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과 같다.
이번 사태에 대해 입점 점주들은 노동자들과 달리 어떠한 교섭권도,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입점 업체에도 단체 교섭권 등 법적 보호 장치가 시급히 필요하며, 이에 관련한 법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일부 입점 점주들은 홈플러스가 법원에 회생 계획을 신청하기 불과 며칠 전 계약을 체결했다가 막대한 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안 지부장에 따르면, 3월 4일 회생 계획이 발표되기 직전인 3월 1일에 계약서를 쓰고 막 사업을 시작하려던 점주가 갑작스러운 소식에 큰 충격을 받고 눈물로 하소연하는 상황이 있었다는 말을 전했다. 이는 마치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 같은 상황이라는 말을 전하며, 이러한 사례는 고의성이 의심되는 사기적 행위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멈추지 않는 투쟁, 연대 속에서 힘을 얻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경영 위기에 맞서 끈질기게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투쟁을 이어가면서 힘든점은 없었는지, 또는 조합원들이 서로 힘이 되었던 순간들은 없었는지 알아보았다.
이에 안지부장은 농성장 이야기를 꺼내며 종로구청에서 용역 깡패를 동원한 사건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구청까지 우리 노동자와 국민을 외면하는 형태를 보고 분노를 많이 느꼈다.”고 전했다.
투쟁을 지속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보다 내부 조합원들의 단결과 신뢰였다. 고령의 본부장님들이 동조 단식에 참여하는 등 간부들의 희생과 헌신, 그리고 중앙 간부들을 믿고 함께 버텨온 조합원들의 흔들림 없는 지지가 가장 큰 힘이었다. 안 지부장에 따르면 “본부장님들의 연세는 평균 55세 이상인데 이분들이 다 4일 이상 함께 단식 하셨다.”고 전하며 “조합원들이 흔들림 없이 중앙과 간부들을 믿고 같이 받쳐 왔던게 제일 컸던 것 같다.”며 연대의 힘을 잊지 못할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또, 외부와의 연대 역시 중요한 버팀목이 됐다는 말을 전하며, “외부와의 연대가 현재까지 우리를 있게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속 가능한 회생과 정부의 신속한 개입 절실
현재 홈플러스 사태를 해결하고 노동자 및 이해 관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개선과 노력이 필요한가? 노동자들이 바라보는 구조적인 문제점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들어보았다.
안 지부장은 가장 중요한 목표로 “홈플러스가 지속 가능하게 회생하는 것”을 꼽았다. 노동자들은 회사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만든 데 대한 자부심이 크며, 회사가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말과 함께 홈플러스는 단순히 일터의 의미를 넘어 지역 경제와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기에, 회생은 지역 사회에도 중요한 문제라고 전했다.
“저희는 홈플러스가 지속 가능하게 회생되는 겁니다. 우리가 홈플러스를 업계 2위로 만들었다는 자긍심도 많은데 이런 거 자체가 없어지고, 정년이 몇 년 남지 않았지만 갑자기 홈플러스가 없어져서 퇴사하고 싶지 않다고 말씀들을 하시더라고요. 그러려면 지속 가능해야 된다. 그리고 지역 경제적인 면에서도 홈플러스를 중심으로 경제 생활이나 공동체 문화들이 많이 만들어졌는데 이것조차도 무너지게 생겼다고 봅니다. 반드시 살려야 됩니다.”
현재 회생 계획서 제출 기한이 연기됐지만, 언제든 제출될 수 있는 상황이기에 노동자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회생 계획서가 법원에 제출되면 MBK의 손을 떠나 법원의 관할로 넘어가기 때문에, 문제가 더 복잡해지기 전에 정부가 빠르게 개입하여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지부장은, 회생 계획서 제출 기한이 7월 10일까지로 연기됐지만 그 전에 언제든 제출될 수 있어 불안하며, 회생 계획서가 법원에 제출되면 MBK의 손을 떠나 법원의 문제가 되기 때문에,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정부가 신속하게 개입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정부의 개입 방식으로는 MBK에 대한 압박과 더불어, 지속 가능한 회생 계획 수립을 위한 ‘4자 테이블’ 마련을 제안하였다. 노동자, 사측(MBK), 정부, 그리고 입점 점주들이 함께 참여하여 실효성 있는 회생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 지부장은, 정부가 홈플러스 사태에 개입할 때 MBK를 압박하는 것과 더불어, 노동자, MBK, 정부, 그리고 입점 주체들이 모두 참여하는 4자 테이블을 마련하여 지속 가능한 회생 계획서를 제대로 수립해야 하며, 이 과정이 최대한 신속하게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예린 이유민 박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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