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우 기자 | 2025-06-04
“내가 오늘 본 영상이 내일 알고리즘에 영향을 미칠까?”
이 질문에서 출발한 간단한 실험은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용자의 정치 성향에 따라얼마나 달라진 콘텐츠를 추천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 2주간 진행됐다. 실험 결과, 유튜브는 단기간에 계정별로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진보·보수·중도 계정 6개, 알고리즘 실험에 돌입하다
본지는 직접 알고리즘이 어떻게 사용자 성향을 분화시키는지 직접 실험하여 가시화해보기로 했다. 진보 성향의 ‘김진보’와 ‘이진보’, 보수 성향의 ‘김보수’와 ‘이보수’, 그리고 중도 성향의 ‘김중립’과 ‘이중립’이라는 가상의 계정을 각각 개설해 2주 동안 유튜브 영상 시청 실험을 진행했다. 각 계정은 시청하는 콘텐츠 외에 구독, 좋아요, 검색 등 추가 활동은 하지 않았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변화를 가감없이 관찰하기 위함이다. 진보 계정은 뉴스타파, 매불쇼 등 진보 성향 유튜버의 콘텐츠를 집중 시청했고, 보수 계정은 신의한수, 고성국TV, 펜앤마이크 등을 반복 시청했다. 중립 계정은 두 가지로 나누었다. 한 계정은 요리·여행·반려동물 등 비정치적 콘텐츠만 시청했고, 다른 계정은 KBS, JTBC, 연합뉴스 등 공영·중도 성향 뉴스 콘텐츠만 시청했다. 이후 홈피드, 추천영상, Shorts영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기록했다.

△6개의 계정 생성 후 초기 화면. 알고리즘 학습이 되어있지 않은 상태다.
2주 뒤, 유튜브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보여주었다
2주가 지난 시점, 계정별 유튜브 홈 화면에는 명확한 분화가 나타났다.
△2주 뒤 보수 계정의 추천 영상.
△2주 뒤 진보 계정의 추천 영상.
위의 사진들을 보면 2주 후 알고리즘은 시청자의 패턴을 분석하여 완벽히 보수, 진보 성향의 영상 만을 추천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유튜브는 시간이 지나며 출처를 알 수 없는 유튜버의 영상이나 썸네일만 자극적으로 그려 놓은 영상을 추천하는 빈도수가 증가했다. 중도 성향의 계정은 시간이 지나도 큰 변화 없이 각각 공영 방송과 예능, 여행 브이로그 영상을 추천했다.

위의 표는 각 보수, 진보 계정의 추천 계정과 영상제목을 4개씩 뽑아 작성한 것이다.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각 성향이 짙게 묻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김보수’ 계정은 “이재명 사퇴”, “이재명 정부 비판” 등의 내용을 담은 보수 성향 영상이 줄지어 추천됐다. 반면 ‘김진보’ 계정은 이준석 비판과 이재명 정부를 긍정적으로 다루는 콘텐츠가 상단에 배치됐다. 시청 콘텐츠 수는 30여 편 내외에 불과했지만, 추천 영상은 단기간에 분명한 성향을 갖게 됐다.
알고리즘은 자극을 따라 움직인다
이 실험 결과에 대해 김경달 고려대 미디어대학원 겸임교수(더코어 대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유튜브는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 ‘관심’을 지속시키고, ‘머신 러닝’ 기반으로 추천영상을 통해 ‘자극’을 계속 공급하는 것이 알고리즘의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라고 하며 “틱톡이 촉발한 머신러닝 기반 알고리즘 경쟁 속에서 유튜브 역시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추천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레 정치적 분화를 심화시키는 구조다.”라고 분석했다. 정치적 콘텐츠의 편향 소비가 알고리즘에 의해 심화된다는 점에 대해 그는 “여러 실증적 연구나 모질라 재단 리포트에서도 잘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는 “다양한 의견이 상호 논쟁을 통해 성장할 기회가 사라졌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유튜브 알고리즘의 정치적 편향성이 공론장의 기능 자체를 위협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과 다른 견해를 청취하고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소통 환경은 오히려 극단적 진영화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또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20대가 편향된 정치 콘텐츠만 반복 소비할 경우, 장기적으로 “다른 견해에 대한 이해나 반박 능력이 떨어지고, 타 진영을 기피하거나 공격하는 경향이 심화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앞으로 정치의 주축의 될 청년층을 우려했다.
“인간의 합리적 사고는 비교·검토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는 김서중 교수의 말처럼 지금의 ‘점점 더 극단화 되는 추천 알고리즘’은 스스로 합리적 사고를 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는 정치적 태도뿐 아니라 타 진영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식 구조가 만들어 질 수 있다.
알고리즘에 잡아 먹히지 않으면
김서중 교수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귀를 여는 자세”와 함께 “비판 능력 중심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조했다. 동시에 “플랫폼은 혐오 표현을 통제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기준과 알고리즘의 존재에 대한 사용자 인식 제고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김경달 교수는 “한국은 유튜브의 영향력에 비해 운영책무가 매우 미흡하다”며 “투명성 리포트 정기 공개, 전문가에 의한 감사시스템 도입 등 자율규제 장치가 시급하다. 필요할 경우 유럽처럼 공적 규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가장 경계 해야하는 점은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용자들이 더 오래 머무르며 더 많은 광고를 볼 수 있도록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유튜브는 이용자의 편이 아니다.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를 제공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을 인지해야한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 진짜 문제는 ‘정보의 부족’이 아니라 ‘다양성의 부족’일지 모른다. 이제는 이용자 개인의 각성과 함께, 알고리즘 뒤에 숨어 있는 플랫폼 권력에 대한 사회적 감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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